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 아득한 시원이 있어 그대가 이처럼 쾌청한 천공을 향해 생각의 볏을 치세우고 꽃대를 밀어 올리고 첫 날개를 펼치는 순간, 무한 억겁의 바다에 천뢰가 울고 소리란 소리는 모두 안고 울먹거리는 하늘 끝 수평선을 흔들었을 것인데 천년설산을 건너온 저 바위의 침묵에도 가슴에 품은 말들이 꽃으로 피어나 꽃이라 부르지 않아도 꽃인 것을 다만 너만 모른다는 것 눈물로 가득 찬 천공을 새들만이 누리는 은둔의 낙원이었을까 새들도 영혼과 만나고 싶었을까 새들의 몸은 가볍지만 주검은 무거워 땅위에 내려놓은 그 주검에서 일어나 새의 혼신으로 핀 너를 꽃이라 불렀음에도 끝내는 날아갈 아슬아슬한 난간 위에서 웅비의 용력을 쓰는 하얀 새 조용한 지구 여린 꽃대 끝에서 청결한 냉정을 잃지 않고 바람을 잡고 흔들었다
[양산문학 제25집 2020년]
[회오라비, 해오라기, 해오라비 몇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꽃. 비상하는 새하얀 새를 닮은 꽃. 시인의 상상의 날개에 올린 회오라비 꽃이 무한 억겁의 바다를 건너고, 천년설산을 넘어 새들만이 누리는 광활한 우주로 날아 오른다]작성자김진환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작성시간20.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