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금술사의 고백
박부경
북한강의 차가운 은(銀) 뼈
남한강의 뜨거운 구릿빛 살이
서로의 가슴을 열어
바닥부터 녹인다
두개의 강은
비명을 삼킨
침묵의 도가니가 된다.
수천 리 길을 다 녹아야
비로소 상처 없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제 이름과 기억을 통째로 지워내야
온전한 사랑 하나 얻을 수 있다고
새벽마다 강물이 혼자서 앓아눕는
저 안개의 길
차가움과 뜨거움이 뼈를 깎으며 부딪친다
지독한 연성(鍊成)의 흔적
세상의 온갖 풍파와 허물이라는 불순물을 다 삼켜내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평한 고요를
빚어내는
늙은 연금술사의 젖은 손길
여름날 백련이 들어 올린 거대한 방패는
진흙 속 멍울진 가슴이 삼켜낸
비밀
두 몸이 만나 마침내 거대한 한 몸의 자궁을 이루는 두물머리
오늘도 늙은 연금술사가 제 젖은 소매를 걷어올리며
갈고 닦는다
내 남은 생을 온통 다 녹여
그대라는 단 하나의 길
바다로 가는 길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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