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선사와 사미승 : 물 건네 준 여인
경허가 어느 날 사미승 하나를 데리고 탁발을 나갔다가 물이 불은 개울을 건너게 되었다. 바짓가랭이를 걷어 올리고 막 개울을 건너려는데 느닷없이 웬 아리따운 여인이 경허를 보고 배시시 웃으며 다가와 말하길,
" 물이 불어 아녀자 몸으론 혼자 건널 수가 없으니 좀 업어서 건네 달라."고 하였다. 경허가 가만히 보니 수작이 그럴 듯한 지라 " 못 하겠노라"고 하자 여인이 말하길,
" 흥! 스님 누가 공짜로 건네 달래나요? 행색을 보아하니 탁발도 어려우실 텐데 한 푼을 드리지요" 경허가 답하길, " 한 푼으론 안 되겠소" 여인은 또 배시시 웃으며 "그럼 두 푼을 드리리다."
흥정을 끝낸 경허는 여인을 그의 널쩍한 등에 업어 개울을 건넜다. 건너와 여인이 두푼 을 내 놓자 경허 왈,
" 돈은 필요 없으니 다시 받으시오. 그 대신 내가 받을 게 있소" 하면서 갑자기 여인의 엉덩짝을 '철썩' 후려갈기는 게 아닌가!
멍하니 쳐다만 보는 여인과 사미승을 뒤로 하고 경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장삼자락 휘날리며 휘 리릭 걸어갔다. 정신을 차린 사미승도 경허의 뒤를 따라 절로 다시 돌아왔다.
저녁공양이 끝나고 야밤이 되자 경허는 코를 버러렁 쿨쿨 골며 신나게 잘도 자는데 낮에 일로 사미승은 도저히 잠을 못 이루겠는지라 마침내 경허를 흔들어 깨우며,
" 스님! 스님께서는 늘 저에게 출가사문은 여자를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어찌하여 오늘은 여자를 등에 업고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엉덩짝을 만졌습니까?"
" 잘 듣거라! 나는 분명히 그 여인을 업어다가 건너 주었느니라. 그리고 네 말대로 엉덩이 까지 한번 쳤느니라."
" 그렇습니다. 스님 그러니 그것은...."
" 고얀 놈! 나는 이미 그 여자를 개울가에 버리고 왔거늘 어찌하여 너는 아직까지 그 여자를 마음 속에 품고 있단 말인고?"
" 아니! 스님..그게...그게 ..아니고.."
" 내가 만일 예순 넘는 할머니를 등에 업었던들 네가 이렇게 그 할머니를 마음 속에 품고 잠을 이루지 못하겠느냐?"
" 그....그야;...."
" 사물을 보되 분별심(分別心)을 가지지 말 것이며, 겉모양이나 겉 소리에 눈이 흐리거나 귀가 어두워지면 쓸데없는 집착에 빠지게 되니, 집착에 빠지게 되면, 보고, 만지고 싶고, 때로는 보기 싫어지고, 미워하고, 버리고 싶어지니 이것이 바로 번뇌의 씨앗이 되느니라."
"...예에....네에...."
" 네 이놈! 이제 그 젊은 여자를 마음속에 그만 품고 낮에 건넜던 그 개울가에 버려야 할 것이니라"
" 예, 스님 용서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