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문 - 법정 스님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께서는 슈라바스티[舍衛城]의 제타 숲, 외로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장자의 동산[祇樹給孤獨園,기원정사]에 계셨다. 그때 용모가 아름다운 한 신이 한밤중이 지나 제타 숲을 두루 비추면서 스승께 가까이 다가왔다. 스승께 예배드린 후 한쪽에 서서 시로써 호소했다.
“저희는 파멸하는 사람에 대해서 고타마(부처님)께 여쭈어보겠습니다. 파멸에 이르는 문은 어떤 것입니까. 스승께 그것을 묻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스승은 대답하셨다.
1. “번영하는 사람도 알아보기 쉽고 파멸도 알아보기 쉽다.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번영하고 진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망한다. 이것이 파멸의 문이다.”
2. “나쁜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착한 사람들을 멀리하며 나쁜 사람이 하는 일을 좋아하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3. “(아무때나) 잠자는 버릇이 있고 사교의 버릇이 있고 분발하여 정진하지 않고 게으르며 걸핏하면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4. “자기는 풍족하게 살고 있으면서 늙어 쇠약한 부모는 돌보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다. 이것이 파멸의 문이다.”
5. “바라문이나 사문 또는 다른 걸식하는 이를 거짓말로 속인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6. “엄청나게 많은 재산과 귀금속과 먹을 것이 풍족한 사람이 자기 혼자서만 독차지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7. “혈통을 뽐내고 재산과 문벌을 자랑하면서 자기의 친척을 멸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8. “여자에게 미치고 술과 도박에 빠져 버는 족족 잃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와 놀아나고 남의 아내와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 “한창때를 지난 남자가 띰바루 열매처럼 불룩한 젖가슴을 가진 젊은 여인을 유혹하고 그녀를 질투하는 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띰바루 열매>
11. “술과 고기 맛에 빠져 재물을 헤프게 쓰는 여자나 남자에게 집안일의 실권을 맡긴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2. “크샤트리야[武士] 집안에 태어난 사람이 권세는 작은데 욕망만 커서 이 세상에서 왕위를 얻고자 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세상에는 이와 같은 파멸이 있다는 것을 잘 살펴 현자와 성자들은 진리를 보고 행복한 세계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