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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안 바뀌던 남편, 1도 안 바뀌던 아내 - 법상스님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0.15|조회수37 목록 댓글 0

"당신만 바뀌면 난 행복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고 남편을, 아내를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되던가요? 10년, 20년, 30년 아무리 부대껴도 안 됩니다.

그럴수록 상대방은 더 화를 내고 더 멀어지고, 상황은 더 나빠집니다.

그래서 괴롭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그것 때문에 괴로워해야 합니까?

전혀 괴롭지 않은 방법이 있습니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상대가 바뀌어야 된다는 그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왜?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이다.

 

남편이 일을 하고 아내가 육아를 하는 집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집안일도 도와주고, 아이 공부도 도와주고

음식물쓰레기도 좀 버려주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요즘 TV를 봐도 그런 사람들 많던데..

아내는 사실 그런 일 자체보다도 그런 것을 통해서 자신이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남편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시달리다 왔는데 집에선 좀 쉬어야 되지 않나?'

 

아내는 1도 바뀌지 않는 남편을 보고 너무 화가 나고, 또 화가 나고, 그래서 괴롭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다가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고 합니다. '20년을 바꾸려고 했지만 안 되는구나.

도저히 안 되는 것을 끝까지 고집하면 나만 괴롭겠구나.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이유로 계속해서 싸우겠구나.

내가 내려놓아야 하겠구나.'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더랍니다. 그래서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남편이다 생각하고 남편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남편이 술김에 털어놓은 직상상사 얘기나 회사일, 그런 걸 되짚어 보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오더랍니다.

옛날 같으면 1도 상상하지 못 했는데.

 

그동안은 어떤 생각이었나 하면 '남편이 돈 벌어오는 건 기본이지.

그건 당연한 거고, 집에 들어오면 일도 좀 도와주고, 애들도 함께 돌보고

그래야 좋은 남편이지, 돈 벌어오는 것 가지고 뭐 그리 생색을 내나?' 그랬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까 그동안 몇 번, 남편이 아주 힘들어 하던 때가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때도 나는 바가지를 긁고 있었다는 거죠. '나만 부모냐?'

남편은 얼굴이 팍 삭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술 먹고 온 게 뻔한데도

나는 막 화를 내고 그랬다는 거죠. 나도 옛날에 직장생활 한 적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해보니 남편이 정말 힘들었나 보다.

남편으로서의 엄청난 부담감 같은 것도 있었을 것이고..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펑펑 나면서 '내가 왜 그렇게 이해를 못해 줬을까?'

그렇게 진심으로 참회하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잘해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정말 놀라운 것은, 남편이 20년 동안 안 하던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그러더랍니다.

 

마음공부 하는 남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당신은 왜 이렇게 바라기만 하나?" 이러고 살다가 아내를 생각해 주고

밖에서 힘들어도 아내의 고충을 생각해 주고 "그동안 애 낳고 육아에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런데 나는 그런 건 다 여자일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어리석었어. 많이 힘들고 야속했지?"

그렇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더니 수십 년 응어리졌던 아내 마음이 확 녹아내리더랍니다.

남편이 차차로 변하니까 아내도 완전히 바뀌더라는 것이죠.

 

이렇게 서로 원망하고 탓하지만 말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때 변화는 일어납니다.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단점 때문에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고

그 단점 때문에 내가 그 사람으로 인하여 깨달을 수 있는 지점이 있는 겁니다.

그런 것이 없으면 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겠습니까? 남편의 그 단점 때문에,

아내의 그 단점 때문에 내가 마음공부 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나는 왜 경제적으로 힘들까요? 나는 왜 몸이 아픈 걸까요?

우리 부모는 왜 나한테 이렇게 밖에 못 하는 걸까요?

남의 자식들은 공부 안 시켜도 잘 하던데 우리 애들은 왜 시켜줘도 안 될까요?

그동안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은 사실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마음공부 하고 지혜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훌륭한 재료들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허용해야 합니다. 아니, 내가 허용하는 게 아니라

본래 허용되어 있음을 깨닫는 겁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분별의 구조가 무너지고 괴로움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가정이 수행 장소고 내 마음이 곧 도량입니다.

가족 중의 단 한 명이라도 변하면 가정이 변합니다.

자식이 변해도 부모도 변할 수 있습니다.

 

달마 스님 말씀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은 본심(本心)이고,

옹졸한 마음은 번뇌(煩惱)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옹졸한 마음은 우리를 부자유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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