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목백일홍(木百日紅)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1.09|조회수69 목록 댓글 0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의 ‘넓은 잎 낙엽 떨기로 키가 작은 나무’다. 흰 배롱나무 흰색 꽃이 핀다. 꽃이 100일 동안 오래 피어서 목백일홍(木百日紅), 백일홍나무라 한다.

 

100일 동안 피는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송이 꽃의 수명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꽃이 차례로 피고 지면서 여름 내내 몇 달씩 장마와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차게 꽃이 피어서 그런 이름을 얻은 듯하다. 이런 예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꽃은 수명이 짧은 것으로 여기는데 천일홍(千日紅)이니 만수국(萬壽菊)이라고 하는 이름에서 졸 수 있듯이 꽃이 오래도록 피어 있어서 신기하게만 보여서 꽃 이름이 된듯하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심어진 역사는 오래되었으므로 곳에 따라서는 재미있는 이름도 얻고 있다. 전라도와 충청도에서는 「간지럼나무」라 하여 중국명 파양수를 우리말로 이름 붙였는가 하면 제주도에서도 「저금타는 낭」 곧 간지럼 타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일명 자줏빛 꽃이 핀다는 뜻으로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하여 무척 사랑한 것은 물론 이 꽃이 많이 피는 성읍을 자미성(紫薇省)이라고 이름 붙였을 정도며 시가(詩歌)에도 읊조릴 정도였다. 나라와 민족이 다르면 그들의 기호와 풍속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배롱나무에서 다시 깨닫게 된다.

 

배롱나무를 중국에서는 옛날 당나라 때부터 각 성(省)의 관아에 많이 심었다고 하며 당 현종은 배롱나무를 양귀비(楊貴妃)보다 더 사랑하였다고 한다. 이 점을 강희안도 그의 책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밝히고 있다.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은 백일동안 꽃이 피는 배롱나무를 한편 시로 읊었다.

 

昨夕一花衰 어제저녁에 꽃 한 송이 떨어지고

今朝一花開 오늘 아침에 한 송이가 피어.

相看一百日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

對爾好衡杯 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하리라.

배롱나무에도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배롱나무에 관한 전설이 있다. 옛날 한 바닷가 마을에서 물속 괴물(이무기)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처녀가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졌는데, 이때 한 영웅이 나타나서 자신이 처녀 대신 가서 괴물을 퇴치하겠다고 나섰다. 영웅은 처녀와 헤어지면서 자신이 성공하면 흰 깃발을 달고 돌아올 것이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고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영웅이 괴물을 퇴치하러 떠난 지 100일이 되자, 영웅을 태운 배가 돌아왔는데 붉은 깃발을 달고 있었다. 처녀는 영웅이 죽은 줄 알고 자결하였다. 괴물과 싸울 때, 괴물의 피가 깃발을 붉게 물들인 바람에 영웅이 죽은 줄 오해한 것이다. 그 뒤 처녀의 무덤에서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100일 동안 영웅의 무사생환을 기도하던 처녀의 안타까운 넋이 꽃이 된 것이다. 이 꽃은 100일 동안 붉게 핀다고 하여 백일홍이라 불렸다.

 

배롱나무는 불법(佛法) 신앙의 육불(六不)에 견주기도 한다. 육불 이란 삶(生)과 멸(滅), 더러움(垢)과 깨끗함(淨), 불어남(增)과 줄음(減)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다.

 

출처 : 우리문화 신문,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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