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욤나무는 감나무과 낙엽활엽교목이다. 우리말 이름 고욤은 작은 감(小柿)에서 전화된 ‘고’와 어미의 옛말인 ‘욤’의 합성어이다. 한자로는 감보다 작다 하여 소시(小枾)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우내시(牛奶枾)가 있는데, ‘소젖꼭지 감’이란 뜻이다. 굵기나 모양은 물론 분홍빛 젖꼭지까지 마치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면서 흑갈색으로 변해가는 소의 모습과 고욤열매의 일생은 그대로 닮았다.
열매가 작고 알찬 나무지만, 감나무의 대목(臺木)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머니 없이는 그 무엇도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감나무는 고욤나무를 대리모로 고용하지 않으면 대를 이어갈 수 없다. 물론 감 씨를 심으면 감나무가 되기는 하지만, 어미보다 훨씬 못한 땡감이 달릴 따름이다. 이런 현상은 사과와 배, 복숭아 등 대부분 과일이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욤나무를 밑나무로 하고 감나무 가지를 잘라다 접붙이기로 대를 잇는다.
자신은 어두운 땅속을 헤매면서 고생스럽게 양분을 모아 남의 자식을 열심히 키워주는 고욤나무는 마음씨 착한 감나무의 새엄마로 평생을 보낸다. 꽃말은 ‘자애’다.
우리 속담에 “고욤 일흔이 감 하나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자질구레한 것이 아무리 많아도 큰 것 하나를 못 당한다는 뜻이다.
한방에서 고욤나무 열매를 군천자(桾櫏子)리 하여 가을에 거두어 생약으로 쓴다. 당뇨에 생즙을 내어 조금씩 마시거나 혈압 높은데, 중풍에 식초에 담가 조금씩 물에 타서 마신다. 《동의보감》에는 “감과 같이 약으로 쓰인다.”라고 하였으며, “고욤의 꼭지는 특별히 딸꾹질을 멎게 한다.”라고 했다.
출처 :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우리 문화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