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었다 - 신석정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1.19|조회수40 목록 댓글 0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 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출처] 연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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