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대학생입니다. 제 문제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동생이 제 옷을 허락 없이 입고 가면 화가 납니다.
그럴 때 엄마는 “네 돈으로 샀냐? 엄마가 준 돈으로 샀지”하시며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고 야단치십니다.
그 말씀이 맞지만 허락 없이 제 물건에 손을 대면 화가 납니다.
게다가 저는 엄마가 시킨 일에도 꼭 보상을 요구합니다.
돈을 주면 일을 하고, 안 주면 안 합니다.
엄마가 “마음 바꾸러 법회에 가자”고 해도 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절을 할 때도 몸만 숙이지 마음은 숙여지지 않습니다.
【법륜 스님】
이대로 살아도 괜찮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영악하면 속지 않으니 좋다고 볼 수 있어요.
계산이 분명하면 세상에 나가서 잘 살 수 있고
네 것 내 것 확실히 챙기면서 살림도 아주 똑 부러지게 할 겁니다.
현대 사회 시스템에 잘 맞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고치면 좋겠다 싶은 게 있어요.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집착하면 나중에 돈 때문에 큰 고통을 격을 수 있습니다.
결혼하면 돈이 모든 일의 기준이 됩니다.
‘키스는 2만 원, 하룻밤 자려면 10만 원이다.’
‘내가 자식도 낳아 줬는데 대리모를 썼다면 3만불은 줘야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자꾸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앞으로 돈으로 인해
갖가지 고통을 겪는 과보가 따릅니다.
연애를 할 때도
‘커피를 내가 몇 번 샀는데 네가 몇 번 덜 샀다’고 따지고
어디를 가게 되면 ‘내가 가 줬다.
그런데 왜 아무 대가가 없느냐?’는 생각이 일어나서
인생이 고통스러워집니다.
돈 때문에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겠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시고 그런 마음을 낼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지금 이것이 고통의 씨앗을 심는 거다.
법문 듣고 엄마한테 3만원 받았다면
이것은 쥐가 쥐약을 먹는 것처럼 당장은 맛있지만
조금 있다가 배가 아플 것이다.
반드시 열배, 백배의 괴로움이 되어 돌아올 거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괴로움이 아직 안 다가오니까요.
지금 당장 안 온다고 그냥 그런 인연을 자꾸 짓게 되면
이것이 뭉쳐서 한꺼번에 과보가 닥쳐옵니다.
그때 알아차려봤자 과보가 너무 커서
그때 가서 후회하면 너무 늦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미리 알아서 좋은 인연을 짓는 게 좋습니다.
해결책을 미리 알면 이런 괴로움을 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몸은 숙여지는데 마음은 잘 안 숙여진다.’
‘남의 말도 듣기 싫다’고 했는데
이런 것은 아집(我執)이 강한 것입니다.
재물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은 아소(我所)
즉 내 것이라는 게 강한 거고
남의 말이 듣기 싫다는 것은 아집
즉 자기 생각이 옳다는 집착이 강한 거지요.
이런 사람은 더욱 더 엎드려서 절을 많이 해야 해요.
자꾸 절을 하면 지금은 몸만 숙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저절로 숙여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선 몸이라도 억지로 팍팍 숙여 절을 해 보세요.
그러면 어느 한순간에 집착이 놓아지고
마음까지 숙여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깐 일단은 몸이라도 숙이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도 안 숙이는데
나는 몸이라도 숙이고 있으니까
이것도 아주 좋은 씨앗입니다.
마음이 안 숙여지더라도
몸이라도 숙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입니다.
얼른 보면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서 질문도 하고
자기가 몸은 숙이면서 마음이 안 숙여진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이미 자기 상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았다는 거예요.
자기 상태를 자기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자각하고 있으니
꾸준히 하면 금방 좋아질 거예요.
조금 더 그냥 해 보는 게 꼭 필요합니다.
출처: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