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 좀 빼려고 한 철을 딱 선방에 들어가서 부목을
한 적이 있어요. 부목이란 것은 절에서 머슴살이 하는 거예요.
나무하고, 화장실 치우고, 밭 매고, 불 때는 일을 했어요.
하여간에 그렇게 부목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니까
절에 오는 신도님들이 내가 불쌍해 보이는지 자꾸 돈을 줘요.
또 어떤 사람은 계속 먹을 걸 줘요. 쥬스나 우유나 그런 걸 줍니다.
이것을 얼핏 보면 불쌍한 처사를 위해서 주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상대를 위한다고 하지만 다 자기 ‘마음’입니다.
그때 제가 가만히 관찰해 보니까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스님들한테 공양물을 가져올 때에도 냉면 좋아하는 사람은 냉면을 가져오고
수박 좋아하는 사람은 수박을 사 오고, 빵 좋아하는 사람은 빵을 사 오고 그럽니다.
전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여러분도 어떤 집에 선물을 사 갈 때,
그 사람 좋아하는 것을 사 가요 자기 좋아하는 것을 사 가요?
대개 자기 좋아하는 걸로 해요.
이렇게 사람은 모두 자기중심적입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해야 인간관계가 편안해집니다.
누가 자기 생각만 한다고 미워하면 안 돼요.
"아유, 저건 지밖에 모른다."
사람은 다 그래요.
어떤 사람은 "이기적인 인간, 미워요." "왜요?"
"평소엔 전화도 없다가 꼭 지 필요할 때만 전화해요."
그러나 전화는 원래 그런 거예요. 필요할 때 하라고 있는 게 전화입니다.
우리도 뭐 알아보거나, 부탁할 게 있거나, 물어볼 게 있거나 그럴 때 전화하잖아요?
별 필요도 없이, 그냥 수다 떨려고 전화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에요
이렇게 인간은 원래 자기밖에 모른다.
이걸 인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대인관계가 한결 편안(便安)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