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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도 유통기한이 있다.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08.03|조회수102 목록 댓글 0

내 조건인 인(因)과 상대의 조건인 연(緣)이 만나는 게 인연이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게 인(因)이고,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게 연(緣)이에요. 이 두 가지가 만나야 인연이 맺어진다.

 

인연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 우연히 이루어진 만남이 있다면 운명처럼 지속되는 만남도 있다. 처음 건넨 손이 인연이라면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은 아름다운 운명이다.

사람은 끝없는 선택하면서 세상을 사는 데 그 선택에 의해서 가족이 시작되지만 혈육으로 맺어진 인연은 다른 만남과는 차이가 있다.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동반하기에 쉽게 끊을 수도 없다. 혈육으로 연결되지 않은 부부는 가장 가깝기도 하고 가족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연이지만 쉽게 관계를 끊을 수 있다.

 

인연도 사람의 일이라 영원할 수 없고 유통기간이 있다. 인연의 유통기간이 다한 부부는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인연을 지속시킬 수 없다. 마음이 떠난 부부는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된다. 마음이 떠나면 믿음이 사라져 모든 게 부정적으로 보인다. 나이들어 늘어나는 황혼 이혼은 가난했던 시대가 낳은  슬픈 사회 현상으로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참지 못한 이혼이다. 황혼 이혼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이 겪은 시대의 산물로 결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한 가슴 아픈 문화이다.  황혼이혼에서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가 유통 기한이다.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했던 시간과 둘만의 공간이 존재했지만 둘 사이에 미운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가 된다. 그래서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서로를 위해서 소중한 시간과 공간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치명적인 말이나 행동은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 그 속에도 유통기간은 존재한다. 그 유통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결혼, 출산 등이 이어지지만 결혼까지 맺어지지 않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약혼이 일반화 되던 시절 약혼 여행으로 하룻밤을 지낸 다음 바로 헤어진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감정만으로는 관계를 지속시킬 수 없고 다양한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그 유통기간은 길어진다.

 

결혼을 할 때 말은 ‘사랑’이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포장 속에는 가장 이기적인 욕심이 가득 차 있다. 우리가 결혼을 할 때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한번 봐라. 나보다 잘생겼다, 키가 크다, 학벌이 좋다, 마음씨가 좋다, 뭔가 나보다 나은 사람을 찾지 않는가. 그런 유통기간을 길게 만드는 것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경제력, 환경, 외모, 성격, 관계 등 모든 조건을 갖출 수는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것처럼 관계의 오묘한 조화가 이루어져야 유통기간이 길어진다. 

 

사람과의 관계에도 유통기간이 존재한다. 대학을 다닐 때 개강 이후에는 과동기 중 친한 친구를 계속 만나다가 방학 때는 잘 안 만나게 된다든지, 직장 생활 때는 무척 친하게 지내다가 퇴직 후에는 금방 멀어지는 관계 등 누구나 경험하는 관계의 유통기간이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만남이기에 그 필요가 사라지면 유통기간도 같이 끝나버린다. 그나마 고등학교 친구는 평생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던 시절에 사귀었던 사람이 유통기간이 가장 길다.

 

사랑하는 연인으로 지내다가 서서히 멀어지는 경우도 유통기간이 끝난 것이다. 한쪽은 떠나려 하는데 다른 쪽이 잡으려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지독한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어도 세월 앞에 무너지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런 사랑의 유통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이 결혼이고 출산이다. 하지만 그것도 수명이 다하면 억지로 지속시킬 수 없다. 서로의 새로운 인연을 위해 상처를 주지 않고 존중하며 보내 주는 것이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최고의 예우일 수 있다.

 

사람이 살면서 정신적으로 크게 변화가 올 때, 가장 먼저 내 주변 상황이 변하게 되는데, 그 중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바뀐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의도치 않게 사람들이 한 번씩 훅 정리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인생의 방향에도 크게 변화가 나타났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인연 유통기간이 다한 경우는 시절인연의 힘을 자신의 이성으로 자신을 미래를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인연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업은 소멸도 되지만 생성되기도 한다.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기에 인간도 부단히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고(수행), 계율을 지키고 용단을 내리는데 계율을 지키는 것은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이 든다. 업(業:까르마)이 생성될 때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부싯돌이 팍팍 불꽃을 튕길 때 곁에 있는 솜을 치우는 것 이것이 깨어있는 것이고 수행이다.

 

세상 인연(因緣)은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절대 만나지 못하고, 아무리 만나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 세상살이에는 좋은 인연 나쁜 인연이 따로 있는 것 같지만, 깨달음의 길에는 좋고 나쁜 인연이 없다. 이왕 만난 인연은 좋든 나쁘든 그 인연을 좇아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그 인연을 좋게 풀어야 한다. 인연을 지을 때에는 좋은 인연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미 맺는 인연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분별하지 말고 좋은 방향으로 잘 풀어야 한다.

 

출처 : 법정, 법륜 스님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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