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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소리가 없다 – 현장 스님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0.08|조회수40 목록 댓글 0

을비가 내리던 몇 해 전의 일입니다.

 

함께 차를 마시던 한 거사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빗소리가 너무나 좋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스님이 바로 말했어요.

“비는 소리가 없는데요?”

세상에 저 홀로 저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요.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운 비가 허공 가득 내린다 해도 바람, 초목, 대지 나아가 그것을 듣는 귀가 없다면

빗소리는 끝내 빗소리가 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비에는 소리가 없는 것입니다.

 

빗소리는 빗물과 허공과 바람과 초목과 대지와 그것을 듣는 밝은 귀가 어우러져 피어나는

아슬아슬한 확률 같은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연기(緣起)라고 말하지요.

 

‘나’는 나 홀로 ‘나’가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건들이 합쳐진 관계의 결과입니다.

순간순간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인연과 시절이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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