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마음이라야 도(道)를 통한다.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1.27|조회수45 목록 댓글 0

합천 해인사(海印寺)에서 일었던 일이다. 신라 때 열두 살 먹은 아이가 중국에 가서 글을 배웠는데 어찌나 글을 잘했는지 중국에서 신라 임금에게 은자광록대부(銀紫光錄大夫)라는 벼슬을 내렸다. 그런데 이 분이 돌아올 때는 금자광록대부(金紫光錄大夫)였다. 신라 임금보다 한 등급 높은 벼슬을 가지고 왔다. 이 분이 바로 고운 최지원(孤雲 崔致遠)선생으로 한문의 대가였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쓴 사산비명(四山碑銘)은 한문 공부 잘 하고 싶으면 반드시 읽어야 책이다.

 

해인사의 한 스님이 이 사산비명을 읽는데 무슨 뜻인지 알 방법도 없어서 그냥 앉아서 읽기만 했다. 한 백일 동안 읽으니 하얀 수염을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앞에 나타나서 그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너 무엇을 읽고 있느냐?”

“네, 사산비명을 읽고 있습니다.”

“누가 지은 책인가?”

“최 고은이가 지었소.”

 

그러니까 노인이 아무 말도 안하고 그만 없어지더랍니다. 한 백일 지난 뒤에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 또 그렇게 “최 고은이가 지었소.” 그랬더니 노인은 또 그만 사라졌답니다. 세 번째도 또 나타났을 때

      

“너 무엇을 읽고 있느냐?”

“네, 사산비명을 읽고 있습니다.”

“누가 지은 책인가?”

“최 고은이가 지었소.”

야 이 놈아! 최 고운 선생님이 지었습니다. 그러면 좀 어떠냐?”

 

그 후 그 스님은 백치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백치가 되어 늘 ‘최고운이가 지었소.’라고 외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스님은 한문만 속히 배울 생각만 했지 존경하는 뜻은 전혀 없었습니다. 최고운 선생의 사산비명을 자꾸 읽으니까 최 고운 선생과 마음은 통했으나 존경심이 없어 지혜를 얻지 못한 것입니다. 금강경을 비롯하여 경전을 읽을 때 의심 없이 믿고, 안 것을 실행하면 밝은 가운데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출처 : 백성욱 박사님 금강경 이야기>

 

▶ 사산비명 

신라 때, 최치원이 남긴 네 편의 비명. 또는 그것을 해설하여 엮은 책. 숭엄산 성주사(聖住寺)의 대낭혜 화상 백월보광탑 비명(大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銘), 지리산 쌍계사(雙溪寺)의 진감 선사 대공령탑 비명(眞鑑禪師大空靈碑銘), 초월산의 대숭복사 비명(大崇福寺碑銘), 희양산 봉암사(鳳巖寺)의 지증 대사 적조탑 비명(智證大師寂照塔碑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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