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은 아무나 되나 : 주자(朱子)와 육상산(陸象山)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2.03.28|조회수176 목록 댓글 0

성인은 아무나 되나 : 주자(朱子)와 육상산(陸象山)

 

1) 주자와 육상산, 성인은 아무나 되나?

 

1175년. 중국의 강서성 연산현(江西省 鉛山縣)에 있는 아호사(鵝湖寺)에 당대의 석학 두 사람이 만납니다. 주자(朱子)와 육상산(陸象山). 주자는 성리학을 집대성하여 이른바 주자학을 완성한 바로 그 주자이고, 육상산은 명(明)대의 왕양명(王陽明)과 병칭하는 육왕학(陸王學)의 창시자입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사흘을 머물며 토론과 논쟁을 이어갔습니다. 이를 ‘아호의 회담[鵝湖之會]’이라고 합니다. 물론 만남 전에 두 사람은 서신을 통하여 상당한 논변을 진행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직접 만난 것입니다. 양쪽 공히 수백 명의 제자들과 수많은 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입니다.

 

토론 주제는 주로 공부(工夫)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자는 사물의 이치를 하나씩 하나씩 탐구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활연관통(豁然貫通)하게 된다고 하였고, 육상산은 자신의 마음으로 들어가 마음수양에 힘쓰는 것이 곧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바른 공부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주자의 입장을 객관인식론이라고 한다면, 육상산의 경우는 주관유심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들은 각각 전자는 이학(理學)으로 후자는 심학(心學)으로 발전하며,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사상계와 문화에 심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조선은 특히 주자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중국과 일본은 육왕학을 추구하였습니다.

 

논변은 일방의 승리와 패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회담장에는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존경심이 흘러 넘쳤지만, 또한 타협할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였습니다. 회담이 끝나고 주자는 육상산을 향해 너무 간이(簡易: 너무 간단하고 쉬움)하다고 했고, 육상산은 주자를 향해 너무 지리(支離 : 흩어져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음)하다고 하였지요.

 

확실히 주자학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어느 세월에 그 많은 사물의 이치를 다 알아내고, 어느 겨를에 활연관통한단 말인가요? 말이 활연관통이지 그게 말처럼 쉬운가요? 설혹 어렵게 어렵게 도달했다 해도 다 늙어 죽기 직전에 깨달아서야 무슨 소용인지? 아니 그나마 죽기 전이라도 알면 다행이지만, 그렇지도 못하고 평생공부 도로아미타불 되면 이 또한 어떻게 하나요? 결국 주자의 문제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서 아무나 도달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치열한 탐구정신과 엄격한 도덕성으로 무장하고 수십 년에 걸친 수행을 거쳐도 보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육상산은 주자의 문제를 지적하며 누구라도 쉽게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하였습니다. 사실 육상산이 열어놓은 길은 이미 맹자가 밝힌 길이기에, 상산 자신도 맹자를 직접 이었다고 자부하였습니다. 맹자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라도 요순(堯舜)이 될 수 있다. 요순이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무거운 쇳덩어리를 힘이 없어서 들 수 없다고 하면 과연 그렇겠지만, 가벼운 깃털 하나를 힘이 없어 들 수 없다고 하면, 이는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요순의 도는 효제(孝悌)일 뿐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다, 이는 알기 어려운 것도, 행하기 불편한 것도 아니다.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육상산은 ‘내 마음이 우주고 우주가 내 마음이다. 모든 성인의 경전은 내 마음에 대한 주석’이라고 말했다.

 

요임금과 순임금은 유교에서 가장 숭앙하는 성인이지요. 그런 성인의 경지를 누구라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깃털 하나를 드는 것과도 같이 쉬운 것이어서, 이를 어려워서 못한다고 하면, 이는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슴 속에 지니고 있는 사랑의 마음을 실천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공자가 말하는 인(仁)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보살펴주는 것. 폐지를 줍는 할머니에게 폐지를 모았다가 주는 것입니다.

 

2. 성인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공부(工夫)는 쉬워야 합니다. 공부는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투입하는 공력을 말합니다. 책과 씨름하며 밤을 새우는 노력도 공부고, 깨달음이나 해탈을 위한 수행도 공부입니다. 기독교에서 구원을 얻기 위해 기울이는 정성과 수고도 물론 공부입니다. 그런데 공부가 어려우면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김문갑(철학박사, 충남대 한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출처 :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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