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相好不如身好(상호불여신호) 얼굴 예쁜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身好不如心好(신호불여심호) 몸 좋은 것이 마음씨 좋은 것만 못하고 心好不如德好(심호불여덕호) 마음씨 좋은 것도 덕(德)이 훌륭한 것만 못하다. <마의상서((麻衣相書> |
위 글은 중국 당나라의 ‘마의선인(麻衣仙人)’이 쓴 마의상서((麻衣相書: 관상학)에 나오는 유명한 내용입니다.
‘마의 선인’이 하루는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나무를 하러 가는 머슴의 관상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의선인’은 머슴에게 “얼마 안가서 죽을 것 같으니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 머슴은 그 말을 듣고 낙심하여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을 할 때 산 계곡물에 떠내려 오는 나무껍질 속에서 수많은 개미 떼가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머슴은 자신의 신세와 같은 개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나무껍질을 물에서 건져 개미떼들을 모두 살려 주었습니다.
며칠 후 마의 선인은 다시 그 머슴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의 얼굴에 어려 있던 죽음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마의 선인은 그 젊은 머슴이 개미를 구해준 이야기를 듣고 크게 깨달아 마의상서 마지막 장에 남긴 말이 바로 위의 글귀입니다.
마음이 곱고 심성이 착하고 남에게 배려하고 베풀어 덕성을 쌓으면 사람의 관상은 은은하게 편안하게 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하게 살면 해맑은 얼굴로 꽃피고 세상을 불편하게 살면 어두운 얼굴로 그늘이 집니다. 마음의 거울이 바로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소설가 노신(魯迅)이 의사(醫師) 되기를 포기하고 문학(文學)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가 바로 이 신호(身好)와 관련이 있다. 일본 유학시절에 노신은 건장한 중국청년이 러시아의 첩자라는 혐의를 받고 일본인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러일전쟁 당시의 일이었습니다.
그 건장한 청년의 모습에서 크게 뉘우쳤기 때문이었어요. 노신은 우매한 정신의 각성이 더욱 시급한 중국의 과제라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일생이 증거 하는 바와 같이 중국인의 정신의 각성을 위하여 치열한 일생을 살아갑니다.
심호(心好)를 정신이나 사상의 의미로 읽지 않고 마음씨 또는 인간성의 의미로 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모(美貌)의 기준을 외형적 형식미에 둘 경우 사흘이 안 간다는 것이지요.
변화 그 자체에 몰두하는 오늘의 상품미학(商品美學)에서는 더욱 덧없는 것이지요. 마음(心) 좋다는 것은 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는 뜻입니다. 배려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착하다는 것은 이러한 관계에 대한 각성을 정서적인 수준에 이르도록 완성해 놓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성(同性)간에서는 즉 남자가 남자친구를 사귈 때나 또는 여자가 여자 친구를 사귈 때에는 미모를 별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상호(相好)보다는 심호(心好)를 우위에 둡니다.
문제는 이성(異性)간에는 이것이 역전된다는 것이지요. 정물(靜物)이 아닌 사람의 경우 생각이 있고 행동이 있는 경우 상호(相好)보다는 신호(身好), 심호(心好)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심호불여덕호(心好不如德好)’입니다. “마음 좋은 것이 덕(德)좋은 것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덕(德)의 의미는 논어의 있는 그대로 입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무릇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따르는 이웃과 친구가 있다.’ 이웃’(隣)입니다. 이웃이란 그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입니다. 심(心)이 개인으로서의 인간성과 품성이란 의미라면 덕(德)은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에서 풍기는 인향(人香) 무게를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신영복 <고전 강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