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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 수행의 길

과도하게 집착하면 옳아도 틀린 생각? - 법상스님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1.24|조회수36 목록 댓글 0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연과 상대적인 세계에서 옳다고 할 수도 있고, 틀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옳은 생각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틀린 생각이 돼 버립니다.

 

예전에 제가 친환경에 관심이 많을 때 어떤 부부가 완전히 친환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산이나 육아도 친환경으로 했습니다. 물론 좋지요.

아이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이고 그런데 특히 아빠가 완전히 친환경에 꽂혀서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도 무슨 설탕덩어리, 화학약품을 먹인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그런 것은 먹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이게 완벽한 지혜고 사랑이다."

기저귀도 천기저귀 빨아서 쓰게 하면서 "어르신들은 옛날에 다 그렇게 살았는데 너는 왜 못 하냐?

당신이 지혜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 무시까지 하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게 한 말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어요.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까. 어느 날인가 "내가 진실이라고, 옳다고 믿었던 생각들,

물론 그 생각이 틀린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틀렸더라.

뭐가 틀렸나 봤더니, 그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

그것만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믿었던 내 생각이 정말 어리석은 거였다.

나는 내 아내가 이 지혜로운 나를 받쳐주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보니까

오히려 내가, 그 지혜로운 아내를 내 집착과 고집으로 힘들게 했고 아이들을 힘들게 했구나."

그래서 어느 날, 둘이 술 한 잔 하면서 말했대요. 미안하다고..

정말 어리석어서 당신을 힘들게 했다고 눈물로 진심으로 사과를 했대요.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아내가 한 말이 너무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여기고, 아내가 항상 따라 주니까

아내도 자기를 믿고 의지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그렇게 말해 주니까 저도 솔직히 말할게요.

저도 물론 당신을 사랑했지만 결혼하고 살아보니 1년도 못 돼서 너무 힘들어서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어서 당신이 너무 밉고, 싫고, 나중엔 막 증오심까지 일어나고.."

정말 이거 이혼해야 하나, 고민해야 할 정도로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고..

그러면서도 이거 말하면 나만 나쁜 사람 될까봐 말도 못 하고

꾹꾹 참으며 살아왔다고.. 그러더랍니다.

 

그 말을 듣고 남편은 너무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기 부인이 그러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을 못 해 보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부인이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조금이라도 느껴졌을 텐데."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은 이것은 모든 부분에 다 적용이 됩니다.

부모도 자식 키울 때 "나는 인생을 살아봐서 알아. 내 말이 옳아.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해.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 옳지요. 물론 옳지만 과도하게 집착해서 "이것만 정답이야.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해." 지나치게 강요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옳아도 틀린 생각입니다.

 

이것이 불교의 아주 중요한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무유정법(無有定法)이고 무주법(無住法) 불교에 절대선이나 절대악은 없습니다.

그런 이분법적(二分法)인 사고를 하지 않습니다.

내가 절대선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절대악이 생겨납니다.

 

부처님은 아무리 옳은 거라도 한 번, 두 번, 세 번 말해서

그래도 듣지 않으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알겠다" 하고 항상 수긍하고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경전에 부처님은 시봉하던 시자와 함께 길을 가시다가 아주 좋은 수행처를 발견한 시자가

"부처님, 저는 여기서 수행을 하고 싶습니다. 혼자서도 가실 수 있으시지요?"

부처님은 "그래도 네가 언제까지 시자를 맡기로 했으니까 같이 가자."

제자는 싫다고 이런 대화를 세 번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말을 안 듣자 부처님은 "그래, 그러면 너는 여기서 수행을 하거라."

제자가 수행하기에 적합한 지침을 주시고 혼자서 길을 가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비유리왕이 석가족을 멸망시키려고 군대를 일으켜서 진군할 때에도 보면

부처님은 세 번 길을 막았는데 네 번째는 막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석가족이 멸망했는데

이렇게, 부처님은 아무리 옳은 것이라 할지라도 과도하게 집착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세 번 정도는 말씀을 하지만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허용해 주셨습니다.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것만이 진실"이라는 생각 때문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든요.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라고 하잖아요. 상온(想蘊)도 공하다..

내 생각이라고 집착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집착하는 생각일 뿐이지

그것이 고정된, 정말 절대 진실로서 옳은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포기하지 못 합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왜? 내가 옳으니까! 이건 진짜 옳으니까!

 

우리는 어떤 때 괴로워지는가? 과도하게 집착할 때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내가 가야 할 인생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 이렇게 살아야 해. 자식들은 이렇게 살아야 돼. 정치는 이래야 돼.

물론 그런 생각도 없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라..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것입니다.

 

불교도, 불교만이 절대 진실이라고 믿는 게 불교일까요? 아닙니다.

불교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깨달은 독각(獨覺)을 인정합니다.

반드시 부처님 가르침만으로 깨달을 수 있다거나,

어느 특정한 방법으로만 깨달을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집착일 수 있습니다. "이것만 불교"라고 집착한다면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내가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밀어붙여 실현시키는 것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이고 행복하게 하는 거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아, 이것만 진실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마음을 열어보자는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틀린 것도 없다는 것을 자각함으로써..

내가 그동안 정해 놓은 틀에서 벗어나면 그동안 괴로워하던 것이 해소됩니다.

 

인생이 꼭 내 뜻대로 돼야만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출처: 불교는 행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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