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 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혜능이 오조 홍인대사를 하직하고 남쪽으로 간지 두 달 반 만에 대유령에 이르니 그 뒤를 수백 인이 쫓아와서 의발을 뺏으려 하였다. 한 승려가 속성은 진(陳)이고 이름은 혜명(惠明)으로 전에 사품장군을 지냈는데 성품과 행동이 거칠었다. 모든 사람의 선두가 되어서 혜능을 쫓아왔기에 혜능은 의발을 돌 위에 던져놓으며 말했다.’
“이 옷은 믿음을 나타내는 것이니 어찌 힘으로 다툴 수 있겠는가?”
혜능이 수풀 속에 숨었더니 혜명이 와서 들어 올리는데 움직이지 않거늘 이에 불러 말하였다.
“행자여, 행자여, 나는 법을 위해 온 것이지 옷 때문에 온 것이 아닙니다.”
혜능이 마침내 나와 바위 위에 앉으니 혜명이 예를 하면서 말하였다.
“행자는 나를 위하여 법을 설해주기를 바랍니다.”
혜능이 말하였다.
“네가 이미 법을 위해 왔다면 가히 모든 반연(攀緣)을 다 쉬어서 한 생각도 내지 말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설하리라.”
조금 있다가 혜명에게 일러 말하였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不思善 不思惡). 정히 이러한 때에 어떤 것이 명상 좌의 본래 면목인가?”
혜명이 언하에 크게 깨닫고 다시 물었다.
“이제까지 하신 그 비밀한 말씀과 비밀한 뜻 밖에 또 다시 어떤 비밀한 뜻이 있습니까?”
혜능이 말하였다.
“그대에게 말한 것은 곧 비밀한 것이 아니니 그대가 만일 돌이켜 비춘다면 비밀이 그대 곁에 있느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선과 악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이는 시비(是非)하는 마음, 증애(憎愛)하는 마음을 두지 말라는 뜻이다. 선과 악을 사량하지 않으려면 먼저 하나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 하나를 잡음으로써 다른 망념이 끼어들 수 없게 하는 것이 곧 의정(疑情생각을 정함)이며, 의정이 하나로 집약된 것이 화두이다. 의정이 간절하지 않고 화두(話頭)가 순일하지 않으면 망념이 생긴다. 망념이란 다름 아니라 선과 악을 분별하고 사량함을 말한다.
염기즉각 각지즉실 (念起卽覺 覺之卽失) 즉, ‘생각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려라 알아차리면 곧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한 일구(一句)는 <원각경> ‘보현보살장(普賢菩薩章)’에서 “환인 줄 알면 곧 여의어져서 방편 지을 것이 없고, 환을 여의면 곧 각이므로 또한 점차도 없느니라 (知幻卽離 不作方便 離幻卽覺 亦無漸次)”고 한 구절의 뜻과 같은 말로서 생각이 일어나면 곧 생각이 일어난 줄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이 이미 일어나면 망(妄)이어서 정(定)은 아니다. 마음에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곧 물에 물거품이 일어나는 것과 같아서 물에 물거품이 일면 물의 맑음을 상실하듯이 마음에 한 생각 일어나면 이미 청정심이 아니다.
그러므로 달마대사도 오도송(悟道頌) 중에서
‘심생즉시죄생시(心生則是罪生時) 즉, 마음이 생겨나면 곧 죄가 생기는 때이다.’ 라고 하셨다.
마음이 일어나면 바로 망이다.
육조스님께서도 <무상송(無相頌)>에서
“보리본자성 기심즉시망 (菩提本自性 起心卽是妄)
보리의 본래 자성에 마음을 일으키면 곧 이것이 망이다.”라고 바로 말씀하셨다.
출처 : 불교신문 <혜거스님/서울 금강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