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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법문과 글

시들지 않는 꽃 - 법정 스님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09.26|조회수59 목록 댓글 0

선가(禪家)에 다음 같은 글이 있다.

 

丈夫自有衝天志(장부자유충천지)

不向如來行處行(불향여래행처행)

 

'사람은 저마다 하늘이라도 찌를 기상이 있는데

어째서 남을 닮으려고 하느냐'는 꾸짖음이다.

 

그것이 설사 부처님이나 조사라 할지라도

그 길을 따르지 말고

너 자신의 길을 가라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대장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임제(臨濟) 스님은 이렇게 사자후(獅子喉)를 토한다.

 

"그대가 바른 견해를 얻으려면 남한테 붙잡히지 말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나 나한(羅漢)을 만나면 조사나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이나 권속을 만나거든 친척과 권속을 죽여라.

그래야만 비로소 해탈(解脫)을 하여

그 어떤 것에도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자재하리라."

 

타인을 닮으려고 하거나 남에게 의존하면

그에게 붙잡혀서 자기 자신이 지닌 특성을 잃는다.

어디에도 거리낌 없이 철저한 자유인(無位眞人)이고자 한

임제 선사는 전총이나 스승까지도 극복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진정한 수행이란 따로 보태고 덜고 할 것 없이

자신이 지닌 본래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는 부처로써 구경(究竟)을 삼지 말라고 했다.

부처나 조사라 할지라도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

부처를 목적시하면 거기에 결박당해

자신이 지닌 특성(佛性)을 일깨울 수 없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를 구한다면 그는 부처를 잃을 것이다.

누가 도(道)를 구한다면 그는 도(道)를 잃을 것이다.

누가 조사(祖師)를 구한다면 그는 조사(祖師)를 잃을 것이다."

 

그가 바란 것은

 

진정한 견해, 즉 정견(正見)이다.

그는 견성도 화두도 말하지 않았다.

부처나 조사를 내세우지도 않았다 .

오직 바른 견해만을 강조했을 뿐이다.

 

바른 견해야말로

시들지 않고 영원히 필 수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출처: 월간 맑고 향기롭게 산방한담(山房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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