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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법문과 글

단풍 너를 보니 – 법정 스님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0.22|조회수42 목록 댓글 0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른색일 때는

늘 시퍼럴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는구나.

 

​세월 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사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丹心)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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