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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시(回文詩) - 美人怨(이규보 작)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2.05.28|조회수235 목록 댓글 0

        미인구(美人怨) - 李 奎 報

 

장단제앵춘 腸斷啼鶯春 꾀꼬리가 우는 봄날, 애간장이 다 타는데

낙화홍족지 落花紅簇地 떨어지는 꽃잎들로 땅을 붉게 덮었다네

향금효침고 香衾曉枕孤 향내 나는 이불속의 새벽잠은 외롭나니

옥검쌍유루 玉瞼雙流淚 옥과 같은 고운 뺨에 흐르는 두 줄기 눈물

낭신박여운 郎信薄如雲 님의 약속 못 믿을 손 얇은 구름 같을지니

첩정요사수 妾情搖似水 이 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처럼 흔들리네.

장일도여수 長日度與誰 기나긴 날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고파

추각수미취 皺却愁眉翠 주름지는 푸른 눈썹, 수심 속에 찡그리네.

 

*[撓]어지러울 뇨,돌 효. [皺]주름 추. [却]물리칠 각. [검](儉자에서 人변를 빼고 月변을 넣음) 뺨.

 

▶위의 시(詩)를 아래와 같이 역독(逆讀 : 맨 끝의 글자부터 읽음)했을 때의 詩는 다음과 같다

 

취미수각추 翠眉愁却皺 푸른 눈썹 수심겨워 찌푸려진 모습이네

수여도일장 誰與度日長 누구와 함께 긴긴 날을 함께 하며 지내볼까

수사요정첩 水似搖情妾 흐르는 물 출렁임은 내 마음의 흔들림

운여박신랑 雲如薄信郞 구름처럼 얄팍하신 믿음 없는 님의 마음

누류쌍검옥 淚流雙瞼玉 두 뺨 위에 옥과 같은 눈물줄기 흐르나니

고침효금향 孤枕嚆衾香 새벽녘에 외로운 베게 이불만이 향기롭네

지족홍화락 地簇紅花落 땅 위에는 가득하게 붉은 꽃이 떨어지고

춘앵제단장 春鶯啼斷腸 봄 꾀꼬리 우는소리 애간장만 타 내리네...

 

이 시는 고려왕조의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인 이규보가 지은 회문시(回文詩)이다. 회문시란 첫 글자부터 순서대로 읽어도(順讀) 뜻이 통하고, 제일 끝 글자부터 거꾸로 읽기 시작하여 첫 자까지 읽어도(逆讀) 뜻이 통하는 시를 말한다. 뜻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운자도 맞아야 한다.

 

일종의 배체시(俳體詩)이자 유희시(遊戱詩)이다. 회문시는 시인들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기법을 추구하고자 고심에 찬 노력 끝에 창조된 쟝르이다. 표의문자인 한자의 특성을 절묘하게 살려서 짓는 회문시는 한 수에 두 수의 뜻을 형상화 할 수 있는 아주 경제적인 시이기도 하다.

 

회문시는 앞뒤로 운자의 제한을 받고 또한 순서대로 읽거나 거꾸로 읽을 때에도 뜻이 통하도록 하여야 하기 때문에 짓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고도의 문학적 재능이 있어야만 지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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