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貪勝布施(무탐승보시)
無癡勝坐禪(무치승좌선)
無嗔勝持戒(무진승지계)
無念勝求緣)(무념승구연)<조당집>
탐욕 없는 것이 보시보다 낫고
어리석음 없는 것이 좌선보다 낫다.
성냄 없는 것이 지계보다 낫고
생각 없는 것이 인연을 구하는 것보다 낫다,
방 거사(龐居士, ?~808), 그는 형양(衡陽) 출신으로 이름은 온(蘊)이며, 자는 도현(道玄)이다. 부유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다른 사람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과거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 그런데 목불을 쪼개 군불을 지핀 일화로 유명한 단하천연(丹霞天然, 739~824)과 함께 과거를 보러 장안으로 향하다가 우연히 주막에서 한 승려를 만나 삶의 진로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승려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공부가 아깝네. 그대들은 왜 부처를 뽑는(選佛) 곳엔 가지 않는가?”
두 사람의 삶을 온통 흔들어놓은 질문이다. 단하천연과 방거사는 과거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의 문하에 들어가 부처가 되는 진짜 공부를 하게 된다. 당시 젊은이들은 과거시험을 보는 대신 선불장으로 향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전해진다. 왜냐하면 과거 자체가 온갖 부정부패로 얼룩져 폐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돈과 배경이 없어 시험에 합격할 수 없는 이들이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출가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당나라는 선의 황금시대라 불릴 만큼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이면에는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도 자리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는 관리를 선발하는 과장이 아니라 부처를 뽑는 선불장에서 진짜 급제를 한 셈이다. 여기에는 참다운 공부가 무엇인지, 진짜 합격이 무엇인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경전을 열심히 암기하여 답안지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텅 비우는 것이 참다운 급제라는 뜻이다. 그래서 방 거사는 글공부를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마음으로 그 뜻을 깨치지 못하면, 이는 마치 땅만 많이 차지한 채 마음 소가 밭을 갈지 않는 것(心牛不肯耕)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밭은 풀만 무성할 뿐(田田皆是草) 벼 싹이 나올 수가 없다(稻從何處生).
방 거사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승려가 아니라 평생 거사(居士)로 산 인물이다. 거사란 도력이 높은 남성 재가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불교의 역사에서 그는 <유마경>의 주인공인 유마와 함께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거사다. 그는 도량을 떠나 세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와 조릿대를 팔면서 청빈한 삶을 살았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이 많았지만, 이를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무소유의 삶을 이어갔던 것이다.
출처 :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