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冥想) - 한용운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0.11.14|조회수63 목록 댓글 0

                       명상(冥想)

 

                                                                                                       한용운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漂流)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微笑)와 봄 아침과 바다 소리가

()하여 사랑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새(玉璽)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美人)의 청춘(靑春)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宮殿)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天國)을 꾸미려고 돌아왔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 구슬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 풀의 장단을 맞추어

넘실거립니다.

 

출처 : 님의 침묵(한용운),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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