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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

아침의 시 - 류시화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3.01.10|조회수54 목록 댓글 0

오늘 밤, 바람은 유령처럼 집 주위를 배회하는데

잠의 문에 기대어 나는 생각한다.

인류 최초로 꿈을 꾸었을 남자를

첫 꿈에서 깨어난 아침 그가 얼마나 고요했을까를

 

아직 자음이 발명되기 훨씬 전이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은 짐승 가죽을 몸에 두르고

모닥불 둘레에 모여 모음으로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마도 그는 홀로 자리를 떠나

바위에 앉아서 호수에 피어오르는 안개를 응시했으리라.

그리고 홀로 생각에 잠겼으리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가지 않고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을까.

 

다른 이들은 돌로 쳐서 죽인 후에만

만질 수 있는 짐승의 목에

어떻게 팔을 두를 수 있었을까.

어떻게 짐승의 숨결을 목덜미에 느낄 수 있었을까.

 

그리고 거기 한 여인에게도

첫 꿈은 찾아왔으리라.

그녀 역시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홀로 자리를 떠나 물 근처로 갔을 것이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녀의 가녀린 어깨 곡선과

약간 고개 기울인 모습이

그녀를 무척 외롭게 보이게 했으리라는 것

그래서 만일 당신이 그곳에 있어서 그녀를 보았다면

 

당신도 물가로 내려가

다른 이의 슬픔과 사랑에 빠진

첫 번째 남자가 되었으리라.

 

- 빌리 콜린스 <첫 꿈>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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