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햇살마다 눈부신 리본이 달려 있겠는가.
아침저녁 해무가 젖은 눈빛으로 걸어오겠는가.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고요가 풀잎마다 맺히고
벌레들이 저희끼리 통하는 말로
흙더미를 들추어 풍요하게 먹고 자라겠는가.
길섶마다 돌들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바람을 따라 일어서겠는가.
발뒤꿈치를 들어
나는 그저 어린 날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 보는 길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눈이
여름이 되어도 내려올 생각 없이
까치처럼 흰 눈을 머리에 쓴 채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이 길
설산으로 향한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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