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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 문정희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1.04|조회수48 목록 댓글 0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햇살마다 눈부신 리본이 달려 있겠는가.

아침저녁 해무가 젖은 눈빛으로 걸어오겠는가.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고요가 풀잎마다 맺히고

벌레들이 저희끼리 통하는 말로

흙더미를 들추어 풍요하게 먹고 자라겠는가.

 

길섶마다 돌들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바람을 따라 일어서겠는가.

 

발뒤꿈치를 들어

나는 그저 어린 날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 보는 길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눈이

여름이 되어도 내려올 생각 없이

까치처럼 흰 눈을 머리에 쓴 채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이 길

설산으로 향한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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