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와 문학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 백석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4.11.06|조회수58 목록 댓글 0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출출이(뱁새), 마가리(오두막집), 고조곤히(조용히)

 

▶만주에서 홀로된 백석이 자야(子夜: 김영한)를 그리면 지은 시.

   김영한은 길상사를 법정스님에 시주 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