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 스님
달마대사가
“불립문자(不立文字)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 한 것이 그 당시의 병은 조금 고쳐 주었지만 후세에 큰 화근(禍根)을 뿌려준 것입니다.
왜 화근이냐 하면, 달마조사가 불립문자라 해서 요즈음 무식한 수좌들은 흔히 문자가 쓸데없다고들 하지요. 그렇다면 팔만대장경이 하나도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닙니까? 불립문자라는 말이 문자가 쓸데없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육조(六祖) 스님의 말씀을 들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육조 스님도 달마 스님의 전법제자(傳法弟子)인데 그분이 제자들에게 무어라고 하셨느냐 하면 “너희들이 달마의 말을 빌어 걸핏하면 문자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스스로 자기 미(迷)한 것은 옳거니와 어찌 부처님의 경전까지 비방하는가. 이런 견해는 그릇된 것이니 마땅히 당장 고쳐라” 하셨습니다.
달마대사의 말씀이 당시 광통율사(廣通律師)나 보리유지(菩提維持) 등 교리에만 집착하는 자들의 병을 고쳐 주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제 와서는 다시 병이 되어 버렸어요. 불립문자라는 말은 문자가 주체가 아니라는 것일 뿐이지 쓸데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한 가지 예로, 위산(潙山) 스님이 앙산(仰山) 스님에게 “너는 경(經)을 보아라.” 하셨습니다. 앙산 스님이 “평소에 경을 보지 말라 하시더니 어찌 저에게는 경을 보라 하십니까?” 하고 묻자 위산 스님이 “너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제 할 일도 못하지만 너는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어야 할 사람이야”라고 했습니다.
또 어느 날 위산스님이 경을 보고 있노라니까 한 스님이 와서 묻기를 “저희들에게는 경을 보지 말라고 하시더니 스님은 왜 경을 보십니까?” 했지요. 그래서 위산 스님이 말했습니다. “나는 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고 눈가림하고 있는 거야.(只圖遮眼)” “저희들은 무얼 하고 있는 겁니까, 눈가림하는 게 아닙니까?” “너희들은 소가죽도 뚫는다.(牛皮也透得)” 했습니다. 그만큼 집착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가르치는 방법들이 모두 다른데 말을 바로 보고 바로 듣는 사람은 그런 데 걸리지 않는 법입니다.
불립문자란 문자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불립문자로 유명한 육조 혜능이 있는데 우리는 흔히 그가 무식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매우 잘 못 알려진 것이다. 그가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글(교육)을 배우지 않았기에 생긴 오해다.
육조 혜능이 《육조단경》의 끝부분에서 하신 말씀이 있다.
“요즘 공空을 집(집착)한 사람들은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툭하면 ‘불립문자’라고 하니(이때 ‘불립문자’는 문자가 쓸데없다는 말이 아니라 깨닫는 데 문자가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자기가 스스로 미(迷; 어리석음)해서 그러한 것은 용서가 되지만 그렇지 않고 불경까지 비방하면서 문자가 쓸데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불경을 비방하는 것이다. 불교나 문자(불경, 교리)를 비방하게 되면 다음 생에 무식한 과보를 받게 된다. 인과법에도 분명히 문자 비방은 무식한 과보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니 삼가야 한다. 진리를 비방하면 그 죗값이 깊고 무겁다.”
육조 혜능은 이렇게 불립문자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고 그것에 대해 엄격하게 경계하였다.
출처 : 탄허 스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