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서쪽 히말라야산 기슭의 티벳 문화권 지역에 사는 ‘모수오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아요.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여자가 가장입니다. 어떤 모계사회는 막내딸에서 막내딸로 가장의 지위가 넘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도자를 항상 젊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 굉장히 좋은 면이 있죠. 그런데 모수오족은 딸들 중에서 가장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선출해서 가장으로 삼습니다.
남자는 지위나 권한이 없어요.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아예 아버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신체 발달상 13살부터 성인으로 보듯이 모수오족도 13살이 되면 성인식을 합니다. 여성이 성인이 되면 혼자 쓸 수 있는 독방을 내어줘요. 그때부터는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언제든지 밤을 함께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어떤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생부를 모를 수도 있고, 알더라도 생부는 양육의 권한은 물론 어떤 권리도 없습니다. 저녁이 되면 남자가 여자 집에 놀러 가는 형태예요. 그렇다고 윤리적으로 난잡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편 남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한 남자 하고만 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문화이다 보니 한 집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전부 자기 혈통만 있습니다. 며느리나 사위처럼 혈연관계가 아니었던 사람이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된다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집안에 남자가 있더라도 형제나 삼촌처럼 혈연관계인 경우만 존재해요. 그래서 집안에 분쟁이 거의 없습니다. 가장이라고 혼자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없고, 항상 전체 가족이 모여서 의논하고, 힘을 써야 하는 일은 남자들이 합니다. 이렇게 외부 사람이 안 들어오니까 아무런 갈등이 없는 거예요.
이런 모수오족의 민주적 운영과 소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든지 의논해서 굉장히 민주적으로 가계를 운영합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도 남자가 가장이라는 지위를 내세워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명령하고, 야단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 민주적인 소통 문화를 익히게 합니다.
그런데 티벳 불교가 들어오면서 이런 문화가 위협을 받았어요. 티벳은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문화입니다. 역대 린포체가 다 남자잖아요. 1300년 전에 이런 남성 중심적인 티벳 불교가 전래되면서 모계사회의 전통을 없애려는 굉장한 공세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티벳 불교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전통 신앙과 문화를 지켜냈습니다.
그 후에 중국이 공산화될 때도 미개한 풍습이라고 강제 결혼을 시키고 극심한 탄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강제 결혼을 시키면 부부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해요.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기어이 버틴 거예요.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일체 관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은 덩샤오핑이 집권하고 문화혁명이 끝나면서 다시 자기 전통문화로 복귀했습니다. 미개하다거나 원시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본인들은 지금도 자기들의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나가고 있다 해요. 특정 민족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민주적인 의논 구조의 중요성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남의 의견을 존중하라
항상 무엇이든지 회의해서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정토회는 저희 법사들도 그렇고 실무자들도 그렇고 가능하면 회의하고 의논해서 결정을 내립니다. 결정을 다 해놓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회의 절차만 거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의견을 서로 물어보고 모으는 과정을 거칩니다. 소수의 의견도 철저하게 존중하는 삼의제까지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절차가 형식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늘 주의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 중에도 ‘남의 의견을 존중하라’ 이런 얘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민주적인 회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출처 : 법륜 스님 정토회 스님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