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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인방

성냥개비

작성자문덕배|작성시간26.06.08|조회수7 목록 댓글 1

밤은 늘 호주머니처럼 깊었다.

잃어버린 사람들 한숨과 돌아오지 않는 이름들

 

미처 건네지 못한 사랑의 말들을

호주머니 속에 구겨 넣고 다녔다

그래서 밤이 깊어질수록 세상은 점점 무거워졌다.

 

어느 날

서랍 구석에서 성냥개비 한 개피를 발견했다.

 

먼지 내려앉은 어깨 오랫동안 불리지 않은 이름

마치 오래전부터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나는 그 작은 나무토막 보며 문득 슬퍼졌다.

태어나면서부터 불꽃을 품고 태어난 존재

 

그러나 그 불꽃을 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잃어야 하는 존재

 

세상에는 이런 운명을 가진 것들이 많다

어머니의 손이 그렇고

아버지의 등이 그렇고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한 마음 또한 그렇다

그들은 늘 자신을 태워 다른 누군가의 겨울을 녹여준다

 

하지만 세상은 따뜻해진 방만 기억할 뿐

사라진 성냥개비는 기억하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들이

마치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새들처럼 울고 있었다

 

나는 문득

내 안에도 성냥개비 하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아주 오래전까지

첫사랑에게 건네지 못했던 말 속에도

 

친구를 떠나보내던 눈물 속에도

혼자 견뎌야 했던 새벽 속에도

작은 불씨 하나가 숨어 있었다

 

사람은 슬픔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품고도 계속 살아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성냥개비가 아름다운 이유도 불꽃 때문이 아니라

꺼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타오르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성냥개비와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다

 

성냥개비는 웃으며 가장 외로운 것은

타지 못하는 것이라고

 

불꽃을 품고도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지 못한 채

평생을 서랍 속에서 늙어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상처받을까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것

실패할까 두려워 꿈꾸지 않는 것

이별이 무서워 마음을 열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은 불꽃을 품은 성냥개비가

끝내 타오르기를 거부하는 일과 비슷한 것인지도

 

세상은 차갑다 겨울 강물처럼 차갑고

새벽역 플랫폼처럼 쓸쓸하고

다 읽고 덮은 편지처럼 허전하다

 

이상하게도 그 차가운 세상을 버티게 하는 것은

언제나 작고 연약한 것들이었다

 

어둠 속에서 잠시 피어오르는 성냥개비 한 개의 불꽃

그 작은 빛 하나가 때로는 별보다 눈부시다

 

별은 너무 멀리 있지만 성냥개비의 불꽃은

바로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인생이란 오래 빛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빛나는 것이라는 것을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보다

얼마나 따뜻하게 타올랐는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도 밤은 깊다 호주머니 속에

수많은 외로움을 감춘 채 천천히 세상 위로 내려앉고 있다

 

지금은 소멸의 갈망 속에 침묵하다가

그대 가벼운 손길 한번에도 점화되어

 

누군가의 눈물 곁으로 가기 위해

누군가의 추운 마음 곁으로 가기 위해

 

누군가가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 순간

자신의 전부를 건네주기 위해

 

그대는 기억할 수 없으리

잠시 타오르다 사라질지라도

한 사람의 밤을 밝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눈부시게 소멸하고

소멸한 그 자리에 내가 느낌표 하나로 남아있는

성냥개비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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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우이훈식 | 작성시간 26.06.09 불 쏘시게 같은 삶도 충분히 행복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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