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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인방

<공치는 날 II>

작성자성현|작성시간26.06.15|조회수16 목록 댓글 4

〈공치는 날 II〉

 

날 선 문장들을 안주 삼아

뽀얀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킨다

 

아까는 양철지붕을 채찍질하던 빗소리가

이제는 취한 등을 두드리는 자장가 같고

냉동고 벽에 돋아나던 시린 성에도

한 입 베어 문 파전의 온기에

슬며시 물러선다

 

취기가 오르니

세상에 모난 것이 없다

진눈개비 흩날리는 창밖의 겨울도

누군가 흩뿌린

하얀 꽃잎쯤으로 보이는 밤

 

거하게 한 잔하고 나서야

비로소 받게 되는 계산서

 

내가 쫓던 것은

날카로워 보이는 

시집의 이름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 시시콜콜한 눈보라를

나누고 싶었던

작고 둥근 허기였다는 것을

 

비틀거리는 행간 사이로

당신의 이름 하나

슬쩍 끼워 넣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오늘은

공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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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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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우이훈식 | 작성시간 26.06.16 이제 봤네요 시가 넘넘 좋아요...ㅎㅎ...^^
  • 답댓글 작성자성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항상 좋은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 작성자오지수 | 작성시간 26.06.16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읽고나면,
    엔돌핀이 돌면서 상쾌해지는 것이,
    비타500 3병은 맛니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성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비타500 3병, ㅎㅎㅎ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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