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는 날 II〉
날 선 문장들을 안주 삼아
뽀얀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킨다
아까는 양철지붕을 채찍질하던 빗소리가
이제는 취한 등을 두드리는 자장가 같고
냉동고 벽에 돋아나던 시린 성에도
한 입 베어 문 파전의 온기에
슬며시 물러선다
취기가 오르니
세상에 모난 것이 없다
진눈개비 흩날리는 창밖의 겨울도
누군가 흩뿌린
하얀 꽃잎쯤으로 보이는 밤
거하게 한 잔하고 나서야
비로소 받게 되는 계산서
내가 쫓던 것은
날카로워 보이는
시집의 이름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 시시콜콜한 눈보라를
나누고 싶었던
작고 둥근 허기였다는 것을
비틀거리는 행간 사이로
당신의 이름 하나
슬쩍 끼워 넣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오늘은
공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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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바우이훈식 작성시간 26.06.16 이제 봤네요 시가 넘넘 좋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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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성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6 항상 좋은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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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지수 작성시간 26.06.16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읽고나면,
엔돌핀이 돌면서 상쾌해지는 것이,
비타500 3병은 맛니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성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6 비타500 3병, ㅎㅎㅎ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