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수록
세상은 하나둘 불을 끈다
창문도, 간판도, 낮 동안 분주하던 마음들도
저마다의 어둠 속으로 돌아가는데
가로등만 홀로 깨어
길 위에 작은 달 하나를 매달아 둔다
아무도 그 빛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는 오래된 기다림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 또한 그럴 것이다.
가장 외로운 순간에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보다
말없이 함께 어둠을 견뎌 주는 존재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되는 것
늦은 밤 귀가하던 어느 날
나는 가로등 아래에서 문득 멈춰 섰다
빛은 따뜻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해졌고
빛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래 묻어 두었던 슬픔 하나가
조용히 울음을 그쳤다
가로등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밤은 사라지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새벽을 품고 오는 것임을
그래서 그는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태워가며
누군가의 길 끝에 아침을 놓아준다
오늘도 가로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이름으로 서 있다
그러나 그 빛 아래를 지나온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한 번쯤 기대어 울 수 있었던 밤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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