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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인방

히말라야에서

작성자문덕배|작성시간26.06.17|조회수10 목록 댓글 2
새벽은 산의 깊은 주름 속에서 잠들어 있고
하얀 설봉들 꿈의 가장자리처럼 아득하다

구름 한 점 봉우리 곁 스쳐 지나가면
문득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 속을 걷는 것만 같다

히말라야 그 이름 가만히 부르면
눈 덮인 능선마다 세월이 하얗게 쌓여 있고

바람은 수천 년 전부터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기도를 올린다

산 아래 돌과 침묵으로 지어진 작은 움막

그곳에는 세상을 건너온 사두들이 산다

그들은 무엇을 버리고 이 높은 곳까지 왔을까
젊은 날의 사랑일까 불타던 욕망일까
아니면 끝내 채워지지 않던 마음의 빈 잔일까

눈빛은 멀리 흐르는 갠지스 강보다 깊고
침묵은 저 설산의 그림자보다 길다

나는 바람 따라 그들 곁에 앉았다
사두 하나가 눈 녹은 물을 손바닥에 담아 햇살에 비춰 본다

물은 빛나고 빛은 흔들리고
흔들림 속에서도 하늘은 온전히 담겨 있다

말없이 웃는 그 웃음이 어찌나 고요하던지
그 순간 진리란 어쩌면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한 방울 물에도
하늘이 깃들어 있음을 아는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낮은 흘러가고 설산 위로
독수리 한 마리가 원을 그리며 날았다

구름은 태어나고
또한 구름은 사라지고

봉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말로 다하지 않았지만 모닥불의 재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기도 깃발 속에서
사찰의 종소리 여운 속에서 나는 들을 수 있었다

붙잡으려 할수록 강물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놓아야 비로소 세상이 제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을

해 질 녘 붉은 노을이 만년설 위에 꽃처럼 피어났다
산은 붉어지고 하늘은 더욱 깊어지고

사두들은 그림자처럼 앉아 있었다
마치 세상 밖으로 떠난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의 가장 깊은 안쪽에 닿은 사람들

밤이 오면 별들이 설산 위에 쏟아진다
은하수는 신들이 흘린 흰 스카프처럼 봉우리들을 감싸 안고

차가운 바람은
잠든 영혼들의 이름을 부르며 지나간다

그때 나는 알 것 같았다
깨달음이란 어디 먼 곳에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본래부터 내 안에 흐르던
고요를 다시 기억하는 일이라는 것을
.
새벽이 다시 오고 첫 햇살이
히말라야의 이마를 어루만질 때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말 없이.구하지도 않고 증명하려 하지도 않고.
다만 한 송이 눈꽃처럼 피어 있다가 바람이 되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침묵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낮고도 높은 가르침 하나를 듣는다

산은 오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돌아갈 길을 비추기 위해
저토록 먼 하늘 아래 서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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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聽心 | 작성시간 26.06.17 시의 사유를 가슴에 담습니다.
    늘 건안하시고 향필하시길 빕니다. 시인님 ^^
  • 작성자바우이훈식 | 작성시간 26.06.17 늘 열정적인 시어들 늘 성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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