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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인방

오르지 못할 나무에 번호 키까지

작성자청초 양춘자|작성시간26.06.18|조회수18 목록 댓글 0


오르지 못할 나무에 번호 키까지

양춘자


평일이라서 오늘만 이렇게
인적이 드물게 한산한 것일까?

잔디 위에 덩그런 그네에도
더군다나 춘향이 골이 아니라서
이도령도 향단이도 있을 리 만무
어린이 놀이터와는 달리 줄이 높더라
호기심에 춘향이가 되어보니
춘향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이팔청춘이 춘향이지 노춘향은 티 내느라 어지럽더라

기와집 마루(반침)가 정겨움에 푸근함
어느새 이 마루가 옛 고향 집만 같은데
창호지로 바른 외문과 쌍문이 열면
금세 식구들의 음성이 왁자지껄 들릴 듯한데
걸맞지 않게 문고리 위에
현대식 번호키가 저고리에 바지 입은 격

아무나 열지 못하는 보물창고인 양
속내가 궁금했지만 청명한 하늘에
그늘진 마루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제공
관광객의 쉼으로 안성맞춤이더라
왕대가 즐비한 숲길을 오르내리니
올해 자란 왕대순이 뱀이 허물을 벗듯
한 겹씩 벗어던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걸 보니
고개가 아프더라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하는데
낭창거림에 오르지 못할 나무가 대나무인
담양 죽녹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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