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지만 / 홍강호
담장 너머로 터질듯
외치던 장미꽃들
길손들
콩닥거리며
눈길을 퍼부었다
며칠전의 일이다
장미꽃들이 활짝 웃으면
세상이 다 행복한 줄 알았다
나무그늘 아래에서 시집을
읽고
저물녘 길가 노포에서
벗이랑 맥주를 마시는 상상
그날 밤
뉴스에서
누군가는
공정을 외치는 청춘의 꽃에게
혀의 칼날을 날렸다
아침 햇살은 오늘도
사람들을 깨운다
창문 너머
붉은 열정은
외면당한 채 식어가고
장미꽃도
사람들도 길바닥을 본다
거실에 있던 아내는
냉장고 안 서늘한 참외를
깍는다
마침
윗층 집
공사 소음
나는 서재로 들어가고
놀란 조이*도 안 방 침대로
숨는다
오늘 밤
수국의 향기가
세상을 덮는 꿈이
찾아 올까
* 반려견 Joy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