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양춘자
하굣길에 들어선 이들
갑자기 소나기가 천둥번개에
하늘이 노한다
이런 날 만을 기다린 듯
책가방 주머니에 노란 우산을
꼭 챙기고 다녔던 것은 홀로
첫사랑 순이에게 빠진 정욱의 순정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하필이면 책가방을 놓고 나온 후
비가 쏟아 지자 그녀가 걱정되는
친구사이 경식이에게
정욱의 가방에 우산이
눈에 띈 것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더니
그녀를 씌워주니 웬 수호신이냐며
그녀는 그때부터 경식이 남다르게 끌렸다
정욱은 우산도 그녀도
한순간 다 빼앗긴 듯 부아 속이다
삼총사의 우정은 그렇게 자라면서
하필이면 그녀와 친구는
우연한 우산 덕분에 결혼까지 했네
정욱은 친구에게 질투, 배신을 느끼지만
결혼은 하늘이 맺어준다는데
인연이 아닌 줄 알면서도 용서가 안 된다
우산을 일부러 뺏은 것도 아닌데
평생 가시 같은 친구다
결혼한 저들은 에먼소리에
어처구니가 없다
남자는 짝사랑일망정 첫정 못 잊는다는데
소나기 덕인지 인연이란 오묘하기만
하지만 우정을 어찌 배반하랴 그날의 오해가
소나기로 한바탕 퍼붓더니 땅은 더 굳어지고
잊지 못할 추억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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