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양고무
2009년 3월에 작고한 양정모(梁正模) 전 ‘국제그룹’ 회장은 1940년대 부산에 차린
고무신 공장을 각고의 노력을 통해 1980년대 재계 서열 7위의 '국제그룹'으로 키운
한국 재계의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었다. 부산공업학교를 졸업한 양 회장은
1949년 그의 부친과 함께 부산에 국제고무공업사를 설립, '왕자표 신발'을 생산
하기 시작했고, 6․25전쟁 와중에는 군수품 생산으로 큰 성취를 이루었다.
그리고 1963년에는 신발류 및 비닐제품 생산업체 부암동 123번지 일대에 진양
화학(통상 ‘진양고무’라 부름)을 세워 1970년대 초 신발 수출 붐을 타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진양고무의 대표 브랜드는 회사 이름과 같은 ‘진양(進洋)’과
‘왕자표’였으며, 물결 위에 배가 떠 있는 마크를 상품에 새겨 대양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창립 이후 단시일 내 사세를 확장하여 한때 1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거느리기도
하여 지역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기도 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1970년대 후반의
1․2차 오일쇼크, 최대 신발수입국인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이후 경영 합리화 과정에서 구조 조정이 이루어지며 1992년에 신발 생산을 완전 중단하였다.
공장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현재 부산진구청(1998년도 준공)을 비롯하여 메리움 등의
아파트와 홈플러스 서면점이 들어서 있고, 슬레이트 지붕을 이은 건물 일부가 아직 남아
있어 과거 전성기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옛 진양고무 공장]
[사진 : 부산상의 120년 12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