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의 신심행위 중 특별히 사순시기 동안에 가장 많이 행해지는 것이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 즉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입니다. ‘고통의 길(Via Dolorosa)’이라고도 불리는 십자가의 길은 초대교회 때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던 순례자들이 실제로 빌라도 관저에서 갈바리아 산까지 걸으면서 기도하였던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성모님께서도 예수님 승천 후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함께 자주 이 길을 걸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사랑하던 사람들도 자주 이 길을 찾아 그분을 생각하고, 흠모하며, 눈물로써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오늘날의 ‘십자가의 길’ 기도와 같은 구체적인 형태나 기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십자가의 길을 만들어 기도하기 시작한 것은 14-15세기 경부터입니다. 즉, 1342년 프란치스코회가 예루살렘 성지에 대한 관리를 맡으면서 십자가의 길 기도는 하나의 신심 행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그 장소들에 대한 신심을 증진시키는 것을 그들 사명의 한 부분으로 여겼습니다. 이에 따라 더욱 대중화된 이 신심은 십자가의 길 각 ‘처’에 대한 신심에서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점차 예루살렘 순례가 지리적, 정치적 요인에 의하여 방해를 받게 되자, 유럽에서는 성지 모형의 십자가의 길을 만들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신심은 먼저 세계 곳곳에 있는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의 성당들에서 일반화되었고, 근처 성당으로 확산되었습니다. 15-16세기에는 처의 숫자가 고정되지 않았으나 1637년에 이르러서 교황청에 의해 오늘날처럼 고정되었습니다. 1731년 교황 클레멘스 12세는 모든 성당에 ‘십자가의 길’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였고, 처의 숫자도 14처로 고정시켰습니다.
19세기부터 이 신심은 전 세계로 퍼져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가장 좋은 기도로써 특별히 사순시기에 널리 행해지고 있으며, 성당이나 그밖의 공적인 기도 장소에서 개별적으로 혹은 사제와 함께 공동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의 길은 14처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제15처를 추가하며, 1975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이런 형태의 십자가의 길을 승인하였습니다.
십자가의 신심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부의 뜻에 따라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구원 신비를 묵상하는 신심입니다. 그러므로 십자가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가 가지고 있는 엄격한 틀이 아니라, 각 처가 기념하는 예수님의 수난 사건들의 신비를 기도하고 묵상하는 것입니다. 이 신심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영광으로 기념하고, 그 안에 우리의 구원과 생명과 부활이 있음을 깨닫게 하며, 그로써 구원과 자유를 얻게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