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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대숲에서 뉘우치다

작성자서울|작성시간16.02.17|조회수252 목록 댓글 0

복효근 대숲에서 뉘우치다

 

바람 부는 대숲에 가서

대나무에 귀를 대보라.

 

둘째딸 인혜는 그 소리를 대나무 속으로 흐르는 물소리라 했다.

언젠가 청진기를 대고 들었더니 정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우긴다.

 

나는 저 위 댓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나는 소리가

대나무 텅 빈 속을 울려 물소리처럼 들리는 거라고 설명했다.

그 뒤로 아이는 대나무에 귀를 대지 않는다.

 

내가 대숲에 흐르는 수천 개의 작은 강물들을

아이에게서 빼앗아버렸다.

저 지하 깊은 곳에서 하늘 푸른 곳으로 다시

아이의 작은 실핏줄에까지 이어져 흐르는

세상에 다시없는 가장 길고 맑은 실개천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바람 부는 대숲에 가서

대나무에 귀를 대고 들어보라

 

그 푸른 물소리에 귀를 씻고 입을 헹구고

푸른 댓가지가 후려치는 회초리도 몇 대 아프게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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