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틀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이 시는 살면서 세월만 가면 잊힐 것이라는 말에 어떻게 잊을 수 있냐는 반문하는 내용이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시는 3연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행이 3 3 4조를 이루고 있다. 다른 시와는 다르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대화를 하는 구성으로 1,2연은 세월이 가면 잊을 수 있다는 입장이고 3연은 어떻게 잊을 수 있냐고 반문하고 있다.
누군가 임을 조금도 못 잊고 있는 화자에게 말한다. ‘못 잊어 생각이 날 것입니다. 생각이 나는 대로 남은 삶을 사세요. 살다보면 잊힐 날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이 나면 생각나는 대로 세월만 가라는 마음으로 살면 더러는 잊혀지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화자는 상대에게 말한다.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지만 다른 끝에 있는 나는 이렇게 그리워서 하나도 못 잊는데, 어쩌면 당신 말처럼 임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나요?’. 잊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는 임을 잊지 못하는 화자에게 살다보면 잊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하는 말이다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는 생각이 나는 대로 남은 삶을 살라는 권유의 말이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는 살다보면 잊혀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이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는 임을 잊지 못하는 화자에게 세월만 가라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못 잊어도 가끔씩 잊히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하는 말이다
‘그런대로’는 못 잊어서 생각이 나는 대로를 말한다. ‘세월만 가라시구려’는 인간의 마음으로는 잊어지지 않지만 세월이 가라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잊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면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는 화자가 자신을 위로하는 상대에게 당신처럼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나는 그리워서 하나도 잊지 못하는데 어떻게 임에 대한 생각이 떠날 수 있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그러나’는 상대방의 의견을 반대한다는 접속사이다.
‘또한긋’은 ‘또 한 끝’으로 화자의 관점이 있는 곳이다. 전혀 못 잊는다는 입장과 세월이 가면 잊을 수 있다는 다른 입장이 있는 데 화자는 전혀 못 잊는다는 극단의 입장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화자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 현재 상태로 볼 때에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살뜰히’는 ‘빈틈이 없다’로 ‘전혀, 하나도’의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은 ‘어떻게 하면’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 떠지나요?’는 ‘떠나지나요?’로 임에 대한 그리운 생각이 떠나질 수 없다는 말을 반문의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화자는 일반적인 사람과 달리 ‘또한긋’에 있다. 반대편 끝에 있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보면 일반적인 견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헤어진 지 얼마 안 되는 때인가보다.
느낌
못 잊어 생각이 나지만 세월이 가면 살다보면 잊히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견해이다. 세월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점점 생각나는 일이 적어진다. 내 경험에도 그렇다. 그렇지만 잊히어진다는 것은 내 삶의 일부가 사라진다는 것이다.20180219월후0404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