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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김수영 거미잡이

작성자서울|작성시간12.12.17|조회수968 목록 댓글 1

김수영 거미잡이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에

아내가 마루에서 거미를 잡고 있는

꼴이 우습다

 

하나 죽이고

둘 죽이고

넷 죽이고

... ...

 

야 고만 죽여라 고만 죽여

나는 오늘아침에 서약(誓約)한 게 있다니까

남편은 어제의 남편이 아니라니까

정말 어제의 네 남편이 아니라니까.

<1960. 7. 28>

 

 

이 시는 독재가 몰고 오는 암울하고 시련의 상황에 저항하려는 의지를 꺾으려는 아내에게 화자의 의지를 꺾지 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에 아내가 마루에서 거미를 잡고 있다.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우습다. 아내는 거미를 하나 죽이고 둘 죽이고 넷 죽이고 ... ... 멈추지를 않고 계속 죽인다. 그 모습이 이제는 우습지가 않다. 거미를 끊임없이 죽이는 아내를 보고 화자는 아내가 거미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순응하여 살지 못하고 독재세력에 저항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죽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화자는 ‘야 고만 죽여라 고만 죽여. 나는 오늘아침에 서약(誓約)한 게 있다니까. 남편은 어제의 남편이 아니라니까. 정말 어제의 네 남편이 아니라니까.’라고 외친다. 화자의 저항의지를 꺾지 말라고 외치는 것이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거미잡이’에서 ‘거미’는 상징으로 쓰인 것이다. 화자의 상징인 것이다.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밖으로 나오는 화자를 말하는 것이다. 화자인 시인이 참여시인이었다는 관점에서 이 시를 독재가 더 심해져서 사회가 더 암울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는 화자의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에 / 아내가 마루에서 거미를 잡고 있는 / 꼴이 우습다’는 단순한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앞으로 큰 시련이 올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풍’은 크나큰 시련을 의미하고 ‘밤’은 암울한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사회적으로 암울한 상황이 오고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마루에서 거미를 잡고 있는 / 꼴이 우습다’는 단순한 상황 설명이다. 마루에 앉아서 할 일 없이 거미나 잡고 있는 것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행동이 계속 되면서 ‘거미’는 상징성을 띠게 된다. ‘거미’는 화자 또는 화자가 가지고 있는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다. ‘거미’는 죽여도 죽여도 나온다. 이는 암울한 상황을 당하여 밖으로 나가암울한 현실을 만드는 세력에게 저항하려는 화자의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거미를 죽이는 아내는 남편에게 무언의 행동을 한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남편인 ‘어제의 남편’으로 살라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아내의 행동을 화자는 우습게 생각한다.

 

‘하나 죽이고 / 둘 죽이고 / 넷 죽이고 / ... ...’는 아내의 행동이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두 배로 늘어나고 있다. 마루에 이렇게 많은 거미가 있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거미는 상징적으로 쓰인 것이다. 화자는 아래 구절을 통하여 거미가 화자 자신임을 말하고 있다. 화자가 지닌 어떤 부분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구석진 데에 있어야하는 거미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통해서 암울하고 혹독한 시련을 몰고 오는 세력들에게 저항하려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내는 화자의 이러한 마음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계속해서 두 배로 저항의 의지를 표시하지만 아내는 아랑곳 하지 않고 화자가 보이는 의지를 끊임없이 죽이고 있는 것이다.

 

‘야 고만 죽여라 고만 죽여 / 나는 오늘아침에 서약(誓約)한 게 있다니까 / 남편은 어제의 남편이 아니라니까 / 정말 어제의 네 남편이 아니라니까.’는 화자가 아내에게 어제의 화자가 아니고 어제의 네 남편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화를 내고 있다. ‘나는 오늘아침에 서약(誓約)한’ 것을 지켜야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어제의 네 남편이 아니라니까.’라는 구절은 묘한 의미를 담고 있다. 화자가 ‘네 남편’이지만 어제와 달리 다른 생각으로 살려고 하는 남편이라는 말로 해석하여 아내의 말대로 하겠다는 항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고 화자인 나는 ‘네 남편’이 아니니 나의 의지를 꺾지 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알기 위하여 이 시의 구절을 정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오늘아침에 서약’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한다.

현재는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이다. 그렇다면 ‘오늘아침’은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지 않은 때로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 것이라고 예보한 때이다. 이때 한 ‘서약(誓約)’은 화자가 이 시대의 암흑기가 오는 것을 피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피하지 않고 저항할 것이라는 ‘서약(誓約)’일 것이다. 그렇기에 화자의 분신인 ‘저항정신’을 의미하는 ‘거미’는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자 마루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화자는 이러한 자신의 서약을 꺾으려는 아내에게 자신은 한 여자의 남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는 암울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한 여인의 남편인 ‘어제의 남편’이고 ‘어제의 네 남편’이었지만 ‘폴리호 태풍(颱風)이 일기 시작하’는 지금 ‘여름밤’은 한 여인의 남편으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암울한 상황으로 만들어가는 세력에게 저항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에 저항하기 위하여 한 여인의 남편으로만 살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내에게 ‘야 고만 죽여라 고만 죽여’라고 결연하게 자신의 의지를 꺾지 말라고 외치는 것이다.20121217월후0306전한성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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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삼전 | 작성시간 12.12.30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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