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김수영

김수영 묘정(廟庭)의 노래

작성자서울|작성시간15.10.26|조회수1,623 목록 댓글 0

 

김수영 묘정(廟庭)의 노래

 

1

남묘(南廟) 문고리 굳은 쇠문고리

기어코 바람이 열고

열사흘 달빛은

이미 과부의 청상(靑裳)이어라

 

날아가던 주작성(朱雀星)

깃들인 시전(矢箭)

붉은 주초(柱礎)에 꽂혀 있는

반절이 과하도다

 

아아 어인 일이냐

너 주작의 성화(星火)

서리 앉은 호궁(胡弓)에

피어 사위도 스럽구나

 

한아(寒鴉)가 와서

그날을 울더라

밤을 반이나 울더라

사람은 영영 잠귀를 잃었더라

 

2

백화(白花)의 의장

만화(萬華)의 거동의

지금 고요히 잠드는 얼을 흔드며

관공(關公)의 색대(色帶)로 감도는

향로의 여연(餘烟)이 신비한데

 

어드메에 담기려고

칠흑의 벽판(壁板) 위로

향연(香烟)을 찍어

백련(白蓮)을 무늬 놓는

이 밤 화공의 소맷자락 무거이 적셔

오늘도 우는

아아 짐승이냐 사람이냐.

<1945>

 

이 시는 이 나라를 지킨다는 관우를 모시는 관왕묘에서 밤에 거닐면서 나라가 이민족의 지배에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몹시 힘들지만 희망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자는 관우를 신으로 모시고 있는 남묘(南廟)에 저녁에 간다. 남묘의 문고리 굳은 쇠문고리로 되어 있다. 그 문을 열고 남묘의 정원을 거니니 바람이 불고 열사흘 달빛은 과부의 청상(靑裳)처럼 푸르다. 주작성의 정기를 받은 관우가 쏜 화살이 반절 이상 꽂힌 붉은 주춧돌이 있다. 아아 어인 일이냐! 서리 내려앉은 호궁(胡弓)에 주작성의 붉은 빛이 피어 어쩐지 꺼림직한 마음이 든다. 까마귀가 밤에 날아와 그날을 슬퍼하며 밤이 늦도록 울었고 사람은 이 울음 소리 때문에 그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관운장의 옷은 온갖 꽃의 의장(디자인)으로 온갖 화려한 움직임이 그려져 있다. 지금, 관운장의 채색된 허리띠 주위로 감도는 향로의 남은 연기는 고요히 잠드는 정신을 흔들며 신비한 느낌을 준다. 칠흑빛 벽판 위로 향의 연기로 흰 연꽃의 무늬를 그리는 이 밤에 화공의 소맷자락을 무겁게 적신다. 오늘도 우는 것은 짐승인가? 사람인가?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목 ‘묘정(廟庭)의 노래’에서 ‘묘정’은 ‘삼국지의 영웅인 관우를 모신 사당의 뜰’을 말한다. ‘관우를 모신 사당’을 ‘관왕묘’라 하는데 ‘관왕묘’는 임진왜란 때에 원군으로 온 명나라 장수가 처음 세웠다고 한다.

"전일에 진 유격이 하처(下處) 후원(後園) 위의 구가(舊家)를 그대로 이용하여 관왕묘(關王廟)를 세우고 소상(塑像)을 설치하였는데 공역(功役)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 <조선왕조실록> 선조 31년 4월 25일 4번째 기사 -

1598년 최초의 관왕묘가 숭례문 밖에 세워졌다고 한다. ‘관왕묘’는 여러 곳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며 이 시에서 나오는 ‘관왕묘’는 김수영 전집에 '연극을 하다가 시로 전향'이라는 글에 '이 작품은 동묘에서 이미지를 따온 것이다. 동대문 밖에 있는 동묘'라 하여 동대문 밖에 있는 관왕묘인 동묘를 말한다.서울 사당동에는 ‘남관왕묘’가 있다고 한다.

 

‘남묘(南廟) 문고리 굳은 쇠문고리 / 기어코 바람이 열고 / 열사흘 달빛은 / 이미 과부의 청상(靑裳)이어라’는 남쪽에 있는 관왕묘의 굳게 닫힌 문의 쇠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람이 불고 쓸쓸한 달빛이 비추고 있다는 배경묘사이다.

‘남묘(南廟)’는 서울 남대문 밖에 있는 ‘관우’를 숭상하는 ‘관왕묘’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고리 굳은 쇠문고리’가 ‘관왕묘’의 문에 달려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기어코 바람이 열고’는 화자가 문을 열고 ‘관왕묘’ 정원으로 들어가니 바람이 분다는 것을 ‘바람이’ 문을 연 것처럼 주체를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열사흘 달빛은’ 화자가 ‘관왕묘’에 들어간 때가 음력 13일 달 밝은 밤이었다는 것을 말한다. ‘열사흘’이라 한 것은 밝으면서도 무언가 꽉 차지 않은, 부족함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미 과부의 청상(靑裳)이어라’에서 ‘과부의 청상(靑裳)’은 쓸쓸함을 말하는 것이다. 화자가 쓸쓸한 감정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날아가던 주작성(朱雀星) / 깃들인 시전(矢箭) / 붉은 주초(柱礎)에 꽂혀 있는 / 반절이 과하도다‘는 관우가 쏜 화살이 ’관왕묘‘의 주춧돌을 뚫고 반절 이상 박혀 있다는 것으로 관우의 초인적인 힘을 말한 것이다.

‘주작성’은 ‘이십팔수 가운데 남쪽을 지키는 일곱 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주작’은 ‘남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으로 여겨진 짐승’을 말한다. 관우는 수염이 붉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는 ‘주작성’의 기운을 타고 났다고 전해진다. 그러므로 이 시 구절은 ‘관왕묘’에 남아 있는 어떤 흔적에 담긴 전설을 통하여 ‘관우’의 초인적인 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 어인 일이냐 / 너 주작의 성화(星火) / 서리 앉은 호궁(胡弓)에 / 피어 사위도 스럽구나’는 관왕묘의 관우 앞에 놓인 주작성의 불이 그려진 호궁에 서리가 앉은 것을 보니 마음이 꺼림칙하다는 말이다.

‘아아 어인 일이냐’는 관왕묘의 분위기가 화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화자는 관왕묘가 무언가 긍정적인 느낌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온 것 같다. 그러나 그곳에서 느낀 것은 ‘사위도 스럽구나’여서 기대와 다름에 한탄하는 것이다. ‘ 너 주작의 성화(星火) / 서리 앉은 호궁(胡弓)에 / 피어’에서 ‘호궁’은 동양의 대표적인 현악기의 하나라 한다. ‘피어’는 이 현악기에 주작성의 불 모양의 무늬가 그려져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악기에 ‘서리’가 낀 모습을 보니 그 느낌이 ‘사위도 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위도 스럽다’는 ‘사위스럽다’로 보인다. 그 의미는 ‘(무엇이)미신적이고 불길한 느낌으로 인해 어쩐지 마음에 꺼림칙한 면이 있다’이다. ‘서리 앉은’은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이 가을 밤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호궁’에 ‘서리 앉은’ 것은 ‘호궁’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라를 지키는 신으로 모시는 ‘관왕묘’에서 위로를 받으러 왔으나 ‘관왕묘’는 청상과부의 처연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하고 있고 서리마저 내린 모습에 부정적인 느낌이 더해진 것을 말한다.

 

‘한아(寒鴉)가 와서 / 그날을 울더라 / 밤을 반이나 울더라 / 사람은 영영 잠귀를 잃었더라’는 까마귀가 날아와서 그날을 슬퍼하여 밤이 반이 지나도록 울어서 사람들은 그날을 생각하며 영영 잠귀를 잃고 지낸다는 말이다.

‘한아(寒鴉)’는 ‘까마귓과 까마귀속에 속한 종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한다. ‘그날을 울더라’에서 ‘그날’은 무엇을 말하는 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시가 1945년 광복이 된 이후에 쓰인 것과 관우의 묘가 공간적 배경인 것을 볼 때에 ‘그날’은 광복이 되었으나 국권을 되찾지 못하고 외국사람들이 임진왜란 때처럼 외국인이 침략한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광복이 되어 만주에서 조국에 돌아왔으나 이민족인 미군이 국가를 장악하여 다스리는 상황을 보고 쓴 것으로 보이므로 미군이 한반도에 들어온 날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밤을 반이나 울더라’는 밤이 깊도록 우는 것을 말한다. ‘밤’의 ‘반’은 가장 깊은 밤의 시간이고, 화자가 ‘남묘’에 있었던 시간까지 울었다는 것을 말한다. ‘-더라’는 과거회상어미로 1,2,3연은 화자가 ‘남묘’에서 현재 다시 와서 느끼는 것을 표현한 것이고 4연은 이전에 ‘남묘’에왔을 때를 회상하면서 쓴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사람은 영영 잠귀를 잃었더라’는 화자가 ‘남묘’에 갖다가 온 뒤에는 ‘영영 잠귀를 잃었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화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잠귀’는 ‘잠결에 소리를 듣는 귀의 감각’으로 ‘영영 잠귀를 잃었더라’는 ‘희망’을 잃었다는 것을 말한다. ‘잠귀를 잃었’으므로 밤에 누군가 오더라도 그 기척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이므로 암울한 상황을 없앨 ‘관우’로 상징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암울한 상황을 없앨 존재가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백화(百花)의 의장(意匠) / 만화(萬華)의 거동의 / 지금 고요히 잠드는 얼을 흔드며 / 관공(關公)의 색대(色帶)로 감도는 / 향로의 여연(餘烟)이 신비한데’는 향로의 남은 연기는 온갖 꽃으로 장식되고, 화려한 거동의 모습을 하고 고요히 잠든 관운장의 얼을 흘들면서 관운장의 색칠한 허리띠를 감도는 것이 신비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백화(百花)의 의장(意匠)’은 온갖 꽃으로 치장된 것을 말한다. ‘만화(萬華)의 거동’은 ‘관공’의 모습이 가장 화려한 움직임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고요히 잠드는 얼을 흔드며’에서 ‘흔드며’는 ‘흔들며’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잠드는 얼’은 화자의 얼이나 관공의 얼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나 관공의 얼로 보인다. ‘관공(關公)의 색대(色帶)’는 ‘관공’의 허리띠가 색으로 칠해진 것이라는 말이다. ‘향로의 여연(餘烟)’은 향로에서 피운 향의 남은 연기가 ‘관공’의 상을 감도는 모습이 ‘신비’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데’라는 말로 다음에 오는 구절이 앞의 내용을 부정적임을 암시한다.

 

‘어드메에 담기려고 / 칠흑의 벽판(壁板) 위로 / 향연(香烟)을 찍어 / 백련(白蓮)을 무늬 놓는 / 이 밤 화공의 소맷자락 무거이 적셔 / 오늘도 우는 / 아아 짐승이냐 사람이냐.’는 화자는 향을 피우니 그 향연이 관공의 조상(彫像)의 뒤에 있는 칠흑의 벽판 위에 백련 무늬를 만드는데 어디에 담기려는 것인가? 화자는 오늘도 현 상황을 슬퍼하며 운다는 내용이다.

‘어드메에 담기려고’는 화자가 ‘칠흑의 벽판(壁板) 위로 / 향연(香烟)을 찍어 / 백련(白蓮)을 무늬 놓는’ 것은 ‘어드메에 담기려고’ 하는 것인가? 하고 스스로 의문을 갖는다. ‘어드메’는 화자도 알 수 없는 곳을 말하지만 화자가 원하는 것은 온전한 나라를 원하는 것이므로 이민족이 지배하지 않는 진정한 국가에 담기고 싶은 것이다. ‘담기려고’는 ‘담으려고’가 아니므로 화자 자신을 어딘가에 넣고 싶다는 의미이다. ‘칠흑의 벽판(壁板)’은 ‘관공’의 조상 뒤로 벽을 막은 검은색이 칠해진 널빤지를 말한다. ‘향연(香烟)을 찍어 / 백련(白蓮)을 무늬 놓는’은 ‘향연’이 ‘벽판’ 위로 피어오르는 모습을 ‘백련’에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칠흑의 벽판(壁板)’은 당시 사회의 상황,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이 위에 ‘백련’을 그리는 것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 밤’에 향을 피우는 것은 ‘어드메에 담기려고’ 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는 ‘이 밤 화공의 소맷자락 무거이 적’신다. ‘무거이 적셔’는 화자가 ‘관공’에게 향을 피우는 목적이 ‘어드메에 담기려고’ 하는 것인데 그 목적을 이루는 것이 몹시 힘들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오늘도 우는’ 것이다. ‘오늘도 우는 / 아아 짐승이냐 사람이냐.’에서 ‘오늘도’는 화자가 우는 것은 과거에 ‘남묘’에 밤중에 갔던 때부터 오늘까지 울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이유는 오늘까지 이민족이 지배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짐승’은 앞 연에서 나온 ‘한아’를 말하는 것이고 ‘사람’은 화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화자는 ‘1’의 4연의 ‘영영 잠귀를 잃었’던 ‘사람’이었으나 다시 ‘2’에서 ‘남묘’에 다시 와서 ‘관공’에게 향을 피워 향연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그리는 화공으로 자신을 비유하고 있다. ‘우는’은 절망적인 상황에 저항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시인 김수영은 이 시의 ‘1’의 3연의 ‘아아 어인 일이냐’와 ‘2’의 ‘아아 짐승이냐 사람이냐’에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 모더니즘에서 감정을 직접 토로하는 것은 좋은 시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으로 인하여 당대의 다른 시인들도 이 시를 실패한 시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20151026월후0608전한성비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