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나비의 무덤
나비의 몸이야 제철이 가면 죽지마는
그의 몸에 붙은 고운 지분은
겨울의 어느 차디찬 등잔 밑에서 죽어 없어지리라
그러나
고독한 사람의 죽음은 이러하지는 않다
나는 노염으로 사무친 정의 소재를 밝히지 아니하고
운명에 거역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밀려 내려간다
등잔은 바다를 보고
살아 있는 듯이 나비가 죽어 누운
무덤 앞에서
나는 나의 할 일을 생각한다
나비의 지분이
그리고 나의 나이가
무서운 인생의 공백을 가르쳐주려 할 때
나비의 지분에
나의 나이가 덮이려 할 때
나비야
나는 긴 숲속을 헤치고
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마
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 다시 듣고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더욱 뜨거운 너의 입김에
나의 고독한 정신을 녹이면서 우마
오늘이 있듯이 그날이 있는
두 겹 절벽 가운데에서
오늘은 오늘을 담당하지 못하니
너의 가슴 위에서는
나 대신 값없는 낙엽이라도 울어줄 것이다
나비야 나비야 더러운 나비야
네가 죽어서 지분을 남기듯이
내가 죽은 뒤에는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는 이다지도 주야를 무릎쓰고 애를 쓰고 있단다
1) 격행(隔行)의 문제를 연구(硏究)하여야 한다. (원주) (1955. 1.5)
이 시는 고독의 명맥을 남긴 나비의 무덤에 와서 화자는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고 죽으려고 주야를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독한 사람의 죽음은 제철이 지나가면 죽는데 나비의 붙은 고운 지분은 죽지 않은 채로 있다. 나는 운명에 거역한 나비에게 노염을 가지고 있어 이전의 사무치는 정의 소재를 밝히지 않고, 운명에 거역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운명에 거역하지 않고 사무치는 정에 밀려 나비의 무덤으로 내려간다. 나는 나비의 무덤 앞에서 나의 할 일을 생각한다. 나비의 지분이 그리고 훗날 나의 나이가 무서운 죽음 가르쳐주려 할 때, 나의 죽음이 가까이 오고 운명을 거스릴 유혹을 받을 때에 나는 나는 긴 숲속을 헤치고 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겠다. 너의 무덤에서 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를 다시 듣고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더욱 뜨거운 너의 입김으로 나의 고독한 정신을 녹이면서 울겠다. 너의 무덤에 온 오늘과 훗날 너의 무덤에 다시 올 그 날이 거리가 멀다. 지분을 남긴 너의 오늘은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는 나의 오늘을 담당하지 못하니 나는 울지 않고 너의 무덤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나 대신 값없는 낙엽이라도 울어줄 것이다. 나비야, 지분을 남기고 죽은 더러운 나비야. 내가 죽은 뒤에는 나의 지분인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는 이다지도 주야를 무릎쓰고 애를 쓰고 있단다.
이 시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나비의 몸이야 제철이 가면 죽지마는
그의 몸에 붙은 고운 지분은
겨울의 어느 차디찬 등잔 밑에서 죽어 없어지리라
그러나
고독한 사람의 죽음은 이러하지는 않다
나는 노염으로 사무친 정의 소재를 밝히지 아니하고
운명에 거역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밀려 내려간다
등잔은 바다를 보고
살아 있는 듯이 나비가 죽어 누운
무덤 앞에서
나는 나의 할 일을 생각한다
나비의 몸은 제철이 지나가면 죽지만은 그의 몸에 붙은 고운 지분은 죽지 않고 존재하다가 겨울에 어느 차디찬 등잔 밑에서 죽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고독한 사람의 죽음은 나비처럼 지분을 남기지 않는다. 나는 너가 지분을 남긴 것에 노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너와 공유한 사무친 정의 소재를 밝히지 않고, 나비처럼 운명에 거역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역하지 않고, 사무친 정에 밀려 나비의 무덤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살아있는 듯이 나비가 죽어 누운 무덤 앞에서 나는 나의 할 일을 생각한다.
‘나비’와 화자는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 더욱 뜨거운’(5연 2, 3행) 관계이다. 그럼에도 화자가 ‘노염’을 가지게 된 것은 ‘나비’가 ‘고독한 사람의 죽음’과 다른 죽음을 했기 때문이다. ‘나비의 몸’은 제철에 죽었지만 ‘고운 지분’은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운명을 거역한 것이다. ‘고운 지분’은 ‘고독의 명맥’(7연 4행)이다. ‘고독한 사람’은 죽으면서 이러한 것을 남기지 않는다. 나는 남아서 죽지 않은 ‘고운 지분’이 ‘겨울의 어느 차디찬 등잔 밑에서 죽어 없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제철이’ 갔어도 죽지 않고 존재하다가 ‘겨울’에 죽어 없어지는 것이다. ‘차디찬 등잔’은 불이 꺼진 등잔이다. 화자가 ‘나비가 죽어 누운 / 무덤 앞에’ 있을 때는 ‘등잔은 바다를 보고’ 있다. ‘바다’는 이상향, 궁극적으로 도달할 삶의 목표 등을 나타내는 시어이다. ‘바다를 본’다는 것은 ‘바다’에 도달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비’의 의지가 ‘겨울’이 되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은 시련 또는 절망적인 상황을 말하는 시어이다. ‘바다’를 향한 ‘나비’의 의지 또는 소망은 시련을 만나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살아 있는 듯이’는 ‘나비가 죽어 누운 / 무덤’이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아직 계절이 ‘겨울’이 아닌 것이다. ‘나의 할 일’은 ‘나비’와 달리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나비의 지분이
그리고 나의 나이가
무서운 인생의 공백을 가르쳐주려 할 때
나비의 지분에
나의 나이가 덮이려 할 때
나비야
나는 긴 숲속을 헤치고
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마
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 다시 듣고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더욱 뜨거운 너의 입김에
나의 고독한 정신을 녹이면서 우마
나는 지금이 아닌 훗날에 나비의 지분이 그리고 나의 나이가 무서운 인생의 공백인 죽음의 때를 알려주려 할 때에 나는 긴 숲속을 헤치고 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겠다. 와서 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 다시 듣고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더욱 뜨거운 너의 입김에 나의 고독한 정신을 녹이면서 울겠다.
‘나비의 지분’은 ‘겨울’이 되면 ‘죽어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나이가 / 무서운 인생의 공백을 가르쳐주려 할 때’는 화자의 ‘제철이’ 갈 때이다. 죽음을 앞둔 때이다. ‘공백’은 아무 것도 없이 비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서운 인생의 공백’은 죽음을 말한다. ‘나비의 지분에 / 나의 나이가 덮이려 할 때’는 죽음이 아주 가까이 왔을 때를 말하면서 ‘운명을 거역’하고 ‘고독의 명맥’을 남기려는 마음이 화자에게 생길 때를 말한다. 이때가 오면 ‘나는 긴 숲속을 헤치고 / 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마’라고 죽어서 묻힌 나비에게 말한다. ‘나비의 무덤’은 ‘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다. 나와 죽은 나비는 ‘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 / 더욱 뜨거운’ ‘사무치는 정’을 가지고 있는 관계이다. 그래서 나는 죽음에 임박하여 ‘나비의 무덤’에 와서 지금까지 유지하였던 ‘고독한 정신을’ ‘뜨거운 너의 입김에’ ‘녹이면서’ 그때에서야 오늘 울지 않은 울음을 울겠다고 말한다. 지금은 ‘운명을 거역’한 ‘나비’에 대한 ‘노염으로 사무친 정’으로 인해 울지 않지만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 다시 찾아와서 울겠다고 하는 것이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에 느끼는 것이다. ‘나비’와 함께 있을 때는 고독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지한 ‘고독의 정신’을 녹여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오늘이 있듯이 그날이 있는
두 겹 절벽 가운데에서
오늘은 오늘을 담당하지 못하니
너의 가슴 위에서는
나 대신 값없는 낙엽이라도 울어줄 것이다
오늘은 나비의 무덤 앞에 있듯이 미래에 죽음을 앞두고 나비의 무덤을 찾아올 그 날이 있다. 이 두 날은 두 겹의 절벽과 같다. 절벽이 있으면 서로 가까이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나비의 무덤’에 머무를 수 없다. 나비가 남긴 고운 지분인 고독의 명맥을 남긴 오늘은 고독의 정신을 유지하려는 나의 오늘을 책임지고 맡지 못하니 나는 무덤을 떠나 고독의 정신을 유지할 것이다. 나는 운명을 거역한 나비에 대한 ‘노염’으로 울어주지 않고 가버리지만 너의 무덤 위에서는 나 대신 값없는 낙엽이라도 너의 죽음을 슬퍼해서 울어줄 것이다.
나비야 나비야 더러운 나비야
네가 죽어서 지분을 남기듯이
내가 죽은 뒤에는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는 이다지도 주야를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단다
나비야. 죽어서 지분을 남긴 더러운 나비야. 너와는 달리 나는 내가 죽은 뒤에 나의 지분인 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 이다지도 주야를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다.
‘더러운 나비’는 ‘운명에 거역’하여 ‘제철이 가면’ ‘죽어 없어’져야 함에도 ‘죽어서 지분을 남’겼기 때문에 더럽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2021323화후1054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