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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김수영 거리 1

작성자서울|작성시간21.04.06|조회수289 목록 댓글 2

김수영 거리 1

 

 

오래간만에 거리에 나와보니

나의 눈을 흡수하는 모든 물건

그 중에도

빈 사무실에 놓인 무심한

집물 이것저것

 

누가 찾아오지나 않을까 망설이면서

앉아 있는 마음

여기는 도회의 중심지

고개를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태연하다

-일은 나를 부르듯이

내가 일 위에 앉아 있는 듯이

그러나 필경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이다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

 

헌 옷과 낡은 구두가 그리 모양수통하지 않다 느끼면서

나는 옛날에 죽은 친구를

잠시 생각한다

 

벽 위에 걸어놓은 지도가

한없이 푸르다

이 푸른 바다와 산과 들 위에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는 것이다

 

구름도 필요 없고

항구가 없어도 아쉽지 않은

내가 바로 바라다보는

저 허연 석회 천정-

저것도

꿈이 아닌 꿈을 가리키는

내일의 지도다

 

쇠라여

너는 이 세상을 점으로 가리켰지만

나는

나의 눈을 찌르는 이 따가운 가옥과

집물과 사람들의 음성과 거리의 소리들을

커다란 해양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조고마한 물방울로

그려보고 하는데

차라리 어떠할까

-이것은 구차한 선비의 보잘것없는 일일 것인가.

(1955.3.10)

 

*쇠라 Georges Seurat(1859~1891): 프랑스 화가

 

 

이 시는 화자가 미래에 도회 중심지의 고통을 담은 내용의 지도를 꿈꾸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래간만에 거리에 나와보니 나의 눈길을 끄는 물건이 많다. 그 중에도 도회의 중심지에 있는 빈 사무실에 놓인 집물 이것저것이 더 눈길을 끈다, 나는 일 때문에 왔으나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라는 주체적인 인식을 가지고 고개를 두리번거리지 않고 태연히 앉아 있다. 내가 입은 헌 옷과 신은 낡은 구두가 그리 모양이 부끄럽지 않다 느끼면서 옛날에 죽은 가난한 친구를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사무실 벽 위에 걸어놓은 지도가 한없이 푸르고 그 지도의 푸른 바다와 산과 들 위에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는 것을 본다. 내가 바로 바라다보는 구름도 필요 없고 항구가 없어도 아쉽지 않은 저 허연 석회 천정을 보며 나의 꿈이 아닌 꿈을 가리키는 내일의 지도라고 생각한다. 쇠라가 이 세상을 점으로 그린 것처럼 나는 나의 눈에 고통을 주는 도회의 중심지의 이 따가운 가옥과 집물과 사람들의 음성과 거리의 소리들을 사무실에 걸린 지도의 커다란 해양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조그마한 물방울로 그려보고 한다, 이것은 구차한 선비인 화자가 꿈꾸는 것으로 스스로 보잘 것 없는 일일 것인가하고 반문한다.

 

 

이 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래간만에 거리에 나와보니

나의 눈을 흡수하는 모든 물건

그 중에도

빈 사무실에 놓인 무심한

집물 이것저것

 

누가 찾아오지나 않을까 망설이면서

앉아 있는 마음

여기는 도회의 중심지

고개를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태연하다

-일은 나를 부르듯이

내가 일 위에 앉아 있는 듯이

그러나 필경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이다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

 

헌 옷과 낡은 구두가 그리 모양수통하지 않다 느끼면서

나는 옛날에 죽은 친구를

잠시 생각한다

 

 

오래간만에 일을 하러 거리에 나와보니 모든 물건들이 나의 눈길을 끈다. 그 중에도 도회의 중심지에 있는 빈 사무실에 놓인 무심한 집물 이것저것이 더 눈길을 끈다. 누가 사무실에 찾아오지나 않을까 망설이면서 앉아 있는 마음은 고개를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태연하다. 왜냐하면 일은 나를 부르듯이 내가 일 위에 앉아 있는 듯하지만 그러나 필경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 내가 입은 헌 옷과 신은 낡은 구두의 모양이 부끄러운 데가 있다고 느끼면서 옛날에 가난하게 살다가 죽은 친구를 잠시 생각한다.

‘나의 눈을 흡수하는’은 화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모든 물건’이 ‘눈을 흡수’한다고 주체를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빈 사무실’은 화자가 현재 있는 공간으로 ‘도회의 중심지’에 있다. ‘빈 사무실’에 화자가 혼자 있다는 것은 화자가 일하는 ‘사무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래간만에’로 볼 때에 화자가 출근하여 일하는 ‘사무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일은 나를 부르듯이’도 화자가 ‘오래간만에’ ‘거리에 나’온 이유가 ‘일’이 화자를 ‘부르는 듯’해서로 본다면 화자에게 일을 주는 다른 사람의 ‘사무실’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겠다. ‘무심한 / 집물’은 화자가 무심하게 ‘빈 사무실’에 있음을 말한다. ‘누가 찾아오지나 않을까’의 ‘누구’는 ‘빈 사무실’이 화자의 ‘사무실’일 경우는 화자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고 ‘사무실’이 남의 사무실이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화자가 만나려는 사람으로 보인다. ‘망설이면서’는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인한 행동으로 보인다. 화자가 ‘사무실’에서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는 도회의 중심지’이기에 ‘오래간만에 거리에 나’온 화자가 어색할 수도 있으나 ‘고개를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 태연하다’는 화자의 모습으로 이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자는 ‘-일은 나를 부르듯이 / 내가 일 위에 앉아 있는 듯이’ 수동적으로 일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필경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이다 /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태연’한 것이다. ‘헌 옷과 낡은 구두’는 화자가 입고 신고 있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화자는 ‘그리 모양수통하지 않다’고 느낀다, ‘모양수통’은 화자가 만든 말로 모양이 부끄럽다는 의미로 쓰였다 할 수 있다. ‘옛날에 죽은 친구’는 어떤 친구인지 모르나 ‘모양수통’ 단어 뒤에 쓰인 것으로 볼 때 화자처럼 가난하여 모양이 수통한 친구가 아니였을까 한다.

 

 

벽 위에 걸어놓은 지도가

한없이 푸르다

이 푸른 바다와 산과 들 위에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는 것이다

 

구름도 필요 없고

항구가 없어도 아쉽지 않은

내가 바로 바라다보는

저 허연 석회 천정-

저것도

꿈이 아닌 꿈을 가리키는

내일의 지도다

 

나는 벽 위에 걸어놓은 지도가 한없이 푸르고 이 지도 위의 푸른 바다와 산과 들 위에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나서 구름도 필요 없고 항구가 없어도 아쉽지 않은 저 허연 석회 천정을 본다. 저 천장은 꿈이 아닌 꿈을 가리키는 내일의 지도다.

‘벽 위에 걸어놓은 지도’는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는 것’으로 볼 때에 진짜 지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지도’는 ‘빈 사무실’을 사용하는 사람의 ‘지도’이다. ‘한없이 푸르다’는 이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는 것이다’는 이 ‘꿈’이 ‘화려’하게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하여 화자는 ‘꿈’이 없다. 화자는 ‘구름도 필요 없고 / 항구가 없어도 아쉽지 않은 / 내가 바로 바라다보는 / 저 허연 석회 천정’을 보면서 자신의 ‘꿈’을 생각한다. 아직까지 ‘꿈’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텅 비어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지만 ‘저것도’ 화자의 ‘꿈이 아닌 꿈을 가리키는 / 내일의 지도다’. ‘꿈이 아닌 꿈’은 ‘구차한 선비의 보잘것없는 일’(6연 10행)이라 생각하기에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꿈인 ‘벽 위에 걸어놓은 지도’에 비하면 ‘꿈이 아닌 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꿈’의 구체적인 내용은 6연에 서술된다.

 

 

쇠라여

너는 이 세상을 점으로 가리켰지만

나는

나의 눈을 찌르는 이 따가운 가옥과

집물과 사람들의 음성과 거리의 소리들을

커다란 해양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조고마한 물방울로

그려보고 하는데

차라리 어떠할까

-이것은 구차한 선비의 보잘것없는 일일 것인가.

 

쇠라가 이 세상을 점으로 가리켰지만 나는 차라리 나의 눈을 찌르는 이 따가운 가옥과 집물과 사람들의 음성과 거리의 소리들을 커다란 해양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조고마한 물방울로 그려보고 하는데 이것은 구차한 선비의 보잘것없는 일일 것인가.

‘쇠라’는 회화에서 화면을 색채의 작은 획이나 점으로 채워 멀리서 보면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피에르 쇠라를 말한다. ‘이 세상을 점으로 가리켰’다는 것은 점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화자의 ‘꿈이 아닌 꿈’은 ‘나의 눈을 찌르는 이 따가운 가옥과 / 집물과 사람들의 음성과 거리의 소리들을 / 커다란 해양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 조고마한 물방울로 / 그려보’는 것이다. 화자가 그리려는 것은 ‘도회의 중심지’와 ‘사무실’이다. 이것들은 ‘나의 눈을 찌르는’ 고통을 주는 것들이다. ‘커다란 해양’은 ‘빈 사무실’ 벽에 걸린 지도에 있는 것이다. 그 ‘해양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 조고마한 물방울로’ 그리려는 것이니 ‘한없이 푸르’지도 않고 ‘화려한 태양이 날개를 펴고 걸어가’지도 않는 ‘꿈이 아닌 꿈’이라 한 것이다. ‘하는데 / 차라리’는 일반적으로 앞의 말을 부정하는데 사용한다, ‘차라리’와 ‘어떠할까’ 사이에는 생략된 말이 있다. 이 말을 추측하면 ‘차라리’ 그리지 않는 것이 ‘어떠할까’가 아닌가 한다. ‘구차한 선비’는 화자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다, 화자는 자신이 하려는 미래의 지도를 그리는 일을 ‘보잘것없는 일일 것인가.’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그 대답은 ‘일을 끌고 가는 것은 나다’이다. ‘보잘것없는 일’이여도 하고 아니어도 할 것이다.20210406화후0645전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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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muse | 작성시간 24.07.09 거리1은 1955년 3월 10일 이 탈고일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9 오류를 정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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