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여름 아침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統覺)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위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고뇌여
강물은 도도하게 흘러내려가는데
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
사람들이여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
여름 아침에는
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
단 한 장의 사진을 찍으리라
<1956>
이 시는 시골 동리 사람과 동화되어 자비로운 하늘처럼 고뇌를 벗어나 구별하지 정신을 갖고 싶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름 아침의 시골은 햇살을 받으며 앉아서 밭을 고르는 동리 사람들이 가족과 같다.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동리 사람처럼 무씨를 뿌렸다. 나는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지금 간밤에 고뇌로 인한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統覺)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에서 동리로 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인 여름 아침에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밭고랑 사이를 걸어간다. 그러나 고뇌를 벗어나지 못한다. 강물은 고뇌없이 도도하게 흘러내려가는데 나는 고뇌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고뇌 없는 천국도 고뇌 속의 지옥도 너무나 가깝다. 동리 사람들이여. 나처럼 고뇌에 숙련된 영혼이 되지 말고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밭두렁에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 자비로운 하늘은 무수한 우리들을 하루 종일 구별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統覺)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위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고뇌여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는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統覺)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햇살이 산 위에서 밭으로 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여름 아침에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밭고랑 사이를 걸어간다. 고뇌여.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침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모두 ‘가족’처럼 ‘밭을 고르고’ 있기 때문이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은 ‘아침’의 ‘햇살’을 받으며 ‘앉’아 ‘밭을 고르’는 것이다.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統覺)’은 지난 밤에 ‘고뇌’를 했다는 것이다. ‘통각(統覺)’은 경험이나 인식을 자기의 의식 속으로 종합하고 통일하는 작용을 말한다. ‘잊어버리려고 한다’는 ‘여름 아침’의 ‘시골’의 모습을 제대로 보겠다는 말이다.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는 ‘시골 동리 사람들’과 동화되는 것을 말한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온다’는 아직은 뜨겁지 않은 아침 햇살이 ‘산 위’로부터 ‘동리’를 밝힌다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은 ‘여름 아침’을 말한다. ‘이기적인 시간’이라 한 것은 ‘여름 아침’의 ‘햇살’이 일방적으로 ‘구별을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은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정신이다. 이는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 밭고랑’과 동화된 정신이며 ‘자비로운 하늘’(5연 2행)의 정신이다. ‘무겁게 걸어간다’는 화자가 아직 ‘밭고랑’과 ‘자비로운 하늘’의 정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고뇌여’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統覺)마저 / 잊어버리려고’ 했으나 ‘잊어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강물은 도도하게 흘러내려가는데
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
사람들이여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
여름 아침에는
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
단 한 장의 사진을 찍으리라
강물은 화자와 달리 고뇌 없이 도도하게 흘러내려간다. 그런데 화자는 고뇌를 한다. 고뇌를 하지 않으면 천국이 되고 고뇌를 계속하면 지옥이 된다. 그러므로 동리 사람들아. 나처럼 고뇌에 숙련된 영혼이 되지 말고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구별없이 밭고랑에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고 말한다. 여름 아침에는 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을 구별하지 않는다.
‘강물은 도도하게 흘러내려가는데’는 ‘강물은’ 화자처럼 ‘고뇌’를 하지 않고 ‘흘러’간다. ‘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은 화자가 ‘고뇌’를 버리고 ‘구별’하는 ‘통각’을 버리면 ‘천국’이 되고 ‘구별’을 하면 ‘지옥’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화자가 있는 ‘시골 동리’는 ‘가족’처럼 사는 ‘천국’이고 화자는 이들과 다르게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統覺)마저 / 잊어버리’지 못한 ‘지옥’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화자는 ‘시골 동리’ ‘사람들’에게 화자처럼 ‘고뇌’에 ‘숙련’된 ‘영혼이 되’지 말고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 밭고랑’에서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고 하는 것이다. ‘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 / 단 한 장의 사진을 찍으리라’는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을 구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이다. 구별없이 ‘햇살’을 비출 것이라는 것이다.20210427화후1037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