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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나희덕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작성자서울|작성시간12.10.11|조회수537 목록 댓글 2

나희덕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서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빈자 일기>(1977)

 

 

 

이 시는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 마음을 읽고 외롭게 있는 그 나무 그늘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다. 그 나무의 꽃이 너무 눈부셔서 알았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이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다. 오랜 세월이 끝난 뒤에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에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저녁이 오는 소리들을 가만히 들었습니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에서 복숭아나무는 어떤 유형의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겉은 화려하고 아름다우나 그 내면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 파악하기 어려운 유형의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복숭아의 꽃은 ‘잎겨드랑이에 피는 꽃은 지난 해에 자란 어린 줄기를 따라 마디마다 1송이씩 피거나 2~3개가 모여 핀다. 꽃잎은 5장으로 분홍색이지만 흰색도 있으며, 꽃받침잎도 5장이다.’(다음 백과사전)라고 한다.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는 단순하지 않고 파악하기 어려운 마음을 가진 복숭아나무 곁으로 까닭없이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존재는 그 내면을 알기가 어렵다. ‘그 복숭아나무’의 ‘그’는 화자가 대상과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는 화자가 ‘그 복숭아나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가까이 가지 않고 일부러 멀리 떨어져 다녔다는 말이다.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쳤을 뿐입니다’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 눈부셔 눈부셔서 알았습니다’는 복숭아나무가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말한다. 단순하게 ‘흰꽃과 분홍꽃’ 두 가지 빛깔의 꽃을 피우고 있지만 그 외에도 ‘수천의 빛깔’을 피우고 싶어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화자는 나무의 욕망을 멀리서 복숭아나무가 눈부시게 피운 수천의 꽃들을 보고 알았다는 것이다. ‘복숭아꽃’은 눈부신 존재이기에 화자는 자신과 거리가 먼 존재이고 자신을 포용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만 지나치면서 다녔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자의 내면에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보고도 알 수 있는 것이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는 복숭아나무는 눈부셔서 화자가 가까이 가지 않아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그 외로움을 느끼기에는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고 거기에 열중해서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는 화자가 대상인 ‘그 복숭아나무’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좋은 열매를 맺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는 ‘그 복숭아나무’가 피웠던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세월이 가며 하나 둘 흩어져 멀리 사라지는 저녁 때가 되어 눈부신 모습을 잃어버리고, 그 동안 꿈꾸던 것들이 다 사라져서 이제 할 일이 없어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에 가까이 가서, 사람을 포용할 수 없을 것 같던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 들어가서 가만히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들다는 것이다. ‘저녁이 오는 소리’에서 ‘저녁’은 암울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화려한 삶이 끝나고 암울해지는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 화자가 들어갔다는 것은 ‘그 복숭아나무’가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며 가까이 가지 않았는데 ‘흰꽃과 분홍꽃’이 사라진 지금에는 의식이 변했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이 사라지고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그늘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늘로 들어와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복숭아나무가 이제 ‘흰꽃과 분홍꽃’을 잃고 외로운 존재로 외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외로움을 위로하기 위하여 함께 있으면서 ‘복숭아나무’의 ‘저녁’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녁’은 인생으로 보면 노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화자는 노년기의 이르러 외로운 복숭아나무와 벗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20121011목후0449전한성너무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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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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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삼전 | 작성시간 12.10.13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유정진 | 작성시간 20.03.23 감사합니다. 막혔던 생각들이 뚫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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