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불사조
비애(悲哀)! 너는 모양할 수도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 않은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지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 - 행복이 너를 아조 싫어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心臟)을 차지하였더뇨?
비애(悲哀)! 오오 나의 신부(新婦)! 너를 위하야 나의 창(窓)과 웃음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靑春)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石門)도 보지 못하였노라.
스스로 블탄 자리에서 나래를 펴는
오오 비애(悲哀)! 너의 불사조(不死鳥) 나의 눈물이여!
이 시는 청춘이 다한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비애가 불사조처럼 살아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애(悲哀)는 형상을 알 수 없다. 그러나 너는 나의 심정 안에서 살았다. 너는 심장에 박힌 화살이고 날지 않은 새이다.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심장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슬프고 아프다. 너를 다른 곳에 보내고 싶으나 너를 돌려보낼 곳을 찾지 못했다. 행복은 비애를 아주 싫어한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나의 심장(心臟)을 차지하였다. 너는 나의 신부(新婦)와 같다. 항상 나와 함께 있다. 나는 너를 위하야 나의 마음의 창(窓)과 웃음을 닫았다. 이제 나의 청춘(靑春)이 다한 어느 날 너는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너를 묻은 어떤 무덤도 보지 못했다. 너는 스스로 블타 사라진 자리에서 나래를 펴는 불사조이고 나의 눈물이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목 ‘불사조’는 죽지 않는 새로 ‘이집트 신화의 신조(神鳥). 500―600년마다 스스로 향나무를 쌓아 불을 질러 타 죽고, 그 재 속에서 다시 어린 새가 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이 시에서는 ‘비애(悲哀)’를 불사조로 비유하였다.
‘비애(悲哀)! 너는 모양할 수도 없도다. /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 너는 박힌 화살, 날지 않은 새, /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지니노라.’는 비애가 화자의 마음 안인 심장에서 살면서 슬픔과 아픔을 주었다는 것이다. ‘너는 모양할 수도 없도다.’는 비애의 모양을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비애는 모양을 지니고 있지 않는 것이라 의미이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에서 ‘가장 안’은 마음을 의미하면서 구체적인 장기로는 ‘심장(心臟)’(4연)을 말한다. ‘박힌 화살, 날지 않은 새’는 비애가 ‘박힌 화살’처럼 빠지지 않고, ‘날지 않은 새’처럼 날아가지 않아 항상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지니노라.’는 비애로 인하여 슬픈 울음을 울고 아프다는 것이다.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 은밀히 이르노니 - 행복이 너를 아조 싫어하더라.’는 비애를 마음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으나 행복이 싫어해서 아무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는 비애를 다른 곳에 보낼 수 없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면서 그 이유를 행복이 비애를 아주 싫어해서 다른 사람들은 비애를 받으려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을 재미있게 하였다.
‘너는 짐짓 나의 심장(心臟)을 차지하였더뇨? / 비애(悲哀)! 오오 나의 신부(新婦)! 너를 위하야 나의 창(窓)과 웃음을 닫었노라.’는 비애가 화자의 심장에 자리 잡고 떠나질 않으니 웃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짐짓’은 ‘고의로’의 뜻이다. ‘오오 나의 신부(新婦)!’는 화자가 비애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생각을 전환하여 자신의 신부로 여기고 살겠다는 것이다. ‘나의 창(窓)과 웃음을 닫었노라.’는 비애에 빠져 살다보니 마음이 닫히고 웃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제 나의 청춘(靑春)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石門)도 보지 못하였노라.’는 화자의 비애가 ‘나의 청춘’과 관계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청춘과 관계된 비애는 아마 이루지 못할 사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나의 청춘(靑春)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는 청춘 시절이 지나면서 비애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石門)도 보지 못하였노라.’는 비애가 화자의 심장에서 사라졌으나 비애가 완전히 사라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너를 묻은 아모 석문(石門)’은 무덤을 말한다. 그러므로 완전히 사라진 것을 말한다.
‘스스로 블탄 자리에서 나래를 펴는 / 오오 비애(悲哀)! 너의 불사조(不死鳥) 나의 눈물이여!’는 죽었다 선언한 비애가 심장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알게 되고 비애를 죽지 않는 불사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애로 인하여 눈물이 다시 나오는 것이다. ‘오오 비애(悲哀)! 너의 불사조(不死鳥) 나의 눈물이여!’는 ‘비애’=‘너의 불사조’=‘나의 눈물’인 것이다.20120720금전0902전한성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