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면서>
사역을 하며 누군가를 위로하면서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외로움들 …
웃음 뒤에 감추어 두었던 눈물들 …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온 먼지들…
나는 어느새 많이 지쳐 있었던 것 같다.
백두산 천지의 정상에
시원한 빙수 바람이 지나간다.
도심에선 맡을 수 없던 향기가 있다.
높은 산의 향기
깊은 숲의 향기,
맑은 물의 향기,
오래 전 잃어버린 순수함의 향기이다.
천지를 바라보면
너무도 맑은 물은 하늘을 품고 있고,
하늘은 다시 우주를 품고 있다.
마치 아무런 상처도 …
아무런 흔적도 없는 천상과도 같다.
문득, 호수보다도 내 마음 먼저 보인다.
저 백두의 물은 저토록 푸른데,
저 물은 저토록 맑은데 …
수많은 인파들와 더불어
함께 묻혀 온 상흔들이 할 말을 잃는다.
내 마음은 세상 먼지와 아픔에 흐려져 있다.
호수를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천지가 푸르른 것은
날마다 강한햇빛을 받으며
스치는 비 바람을 맞고,
날마다 그 품에 가득 품었기 때문이리라 …
맑은 천지도 처음부터 맑았던 것은 아니었을 터,
끊임없이 스치고 쏟아지는 비 구름을 가득 품었기에
맑음을 지킬 수 있었으리라…
내 인생도 아직 늦지 않았겠지 …
수많은 실패와 후회, 이루지 못한 꿈들 …
붙잡고 싶었지만 떠나 보내야 했던 사람들 …
세월 속에 묻어둔 아픔들까지도…
주님께서 조금씩 씻어 주신다면 ..
저 하늘, 저 호수처럼 …
언젠간 나도 푸르러질 수 있겠지.
백두산 천지 앞에 홀로 서 있자니,
가슴 한 구석이 시큰해 진다.
젊은 날의 나를 떠올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을 떠 올린다.
무담시 눈물이 난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한다.
주님, 인생의 계절은 많이 흘렀지만,
영혼만은 늙지 않게 하옵소서.
세상 오염으로 지친 마음을,
이 천지의 넓은 가슴처럼 맑게, 푸르게, 자유롭게 하소서.
남은 인생만큼은 세상 닮기보다는
하늘 닮게 하소서.
이 아름다운 천지 앞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 아니라
오랫동안 잊고 있던 …
내 영혼의 색깔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2026년 6월 2일
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