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년 한국시리즈는 해태와 삼성의 열전으로 치러졌다. 해태는 10승투수 6명과 선동열의 마무리 전환으로 철벽마운드를,삼성은 신인왕 양준혁과 홈런왕 김성래를 앞세운 막강화력을 자랑했다.
1·2차전에서 1승씩을 주고 받은 뒤 대구구장으로 옮겨 치른 3차전. 삼성은 광주상고 출신인 박충식을 선발로 세웠고 해태는 송유석과 문희수를 저울질하다 문희수를 선택했다. 박충식이 초반부터 주무기 싱커를 예사롭지 않게 꽂아넣었고 해태는 경기 초반부터 선동열에게 몸을 풀도록 지시해 애초부터 많은 점수가 나기는 어려웠다.
삼성이 2회말 김성현의 좌전적시타로 1점을 뽑자 해태도 3회초 이종범의 3루땅볼로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이 3회말 2사 1·2루를 만들자 해태 김응룡 감독은 과감하게 선동열을 불러올렸다.
해태는 6회초 선두 홍현우가 역전 좌중월 1점홈런을 터뜨려 승리에 대한 희망을 품었지만 기대는 곧바로 실망으로 바뀌었다. 믿었던 선동열이 6회말 2사 1루서 이종두에게 볼카운트 2-1에서 성급하게 승부하다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선동열과 박충식의 흔들림없는 피칭으로 양팀은 연장에 돌입했다.
선동열은 연장 10회말이 끝난 뒤 어깨 부상을 우려해 자진강판 의사를 밝혔고 해태는 어쩔 수 없이 송유석 카드를 빼들었다. 선동열은 92년 어깨 건초염 이후 가장 많은 101개의 공을 뿌렸다.
경기는 점입가경으로 흘렀다. 송유석도 투포환 선수 같은 묵직한 공을 타자 몸쪽으로 던지며 삼성 타선을 무력화했다. 경기는 4시간30분의 혈투 끝에 연장 15회 2-2 무승부로 끝났다.
해태 투수 3명이 마운드에 오르는 동안 박충식은 홀로 마운드를 지키며 181구를 뿌렸다. 선동열 등 당대 최고의 투수 3명을 상대로. 박충식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박시정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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