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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휴 열국지전 제32화.

작성자서 휴|작성시간26.06.06|조회수14 목록 댓글 2

제 32 화. 정장공, 천자를 시험해 보는가.

 

한편, 주평왕은 정장공이 경사의 일도 안 보면서, 왕실과 친하게

지내는 위나라 땅을 빼앗고자, 침공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이때 괵공(虢公) 기보(忌父)가 찾아오자, 주평왕은 불만을 말했다.

 

       요새 정장공은 조당에 들어오지도 않소!

       이제 괵공에게 경사직을 맡길까 하오?

 

       주상, 정백이 입조 하지 않는 것은 혹시?

       정나라에 어떤 변고가 있는지 살펴보셨나이까?

 

       아무 연락도 없이 신에게 경사직을 맡긴다면

       신은 정백에게 미움을 사게 될 것이며?

       또한, 주상에게도 원망이 따를 것입니다!

 

       신은 감히 어명을 받들 수 없사오니

       오늘 말씀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때 낙양성에 상주하면서, 정장공을 보좌하고 있던, 정나라 대부

순요보(荀夭父)가 이런 내용을 편지로 써보네, 알려주었다.

 

       뭣이라고! 나와 아무런 의논도 없이

       경사직을 박탈하려 했더란 말이더냐?

 

       매년 우리가 바치는 공물이 얼마인가?

       우리 정나라가 아니면 왕실이 운영이나 되겠는가?

 

       좋다, 이번 기회에 주평왕의 버르장머리를

       확실하게 고쳐놓고 말리라!

 

대부 순요보(荀夭父)의 편지를 받아본 정장공은, 주평왕이 정나라

사정은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왕실의 경사직을 소홀히 한다면서

원망했다는 말을 듣자, 몹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공자 여와 고거미 장수는 정군을 이끌고,

       낙양성에서 우리 위세를 당당하게 보이도록 하라.

 

정장공(鄭莊公)은 단단히 따져 보겠다면서, 대규모의 정군(鄭軍)을

동원해 낙양성(洛陽城) 앞에 떡하니 진채(陣寨)를 세워놓았다.

 

       주상, 그간 강녕하시었나이까?

       허. 정장공, 오랜만에 보는구려!

 

       주상, 불행히 신의 아우가 역모를 저지른바, 

       이를 수습하느라 경사직을 소홀히 했나이다.

 

       허 어, 그런 사정이 있었소?

       경이 오래 보이지 않아 걱정하던 참이었소.

 

       주상, 부자 2대에 걸쳐 경사직을 맡고 있었사오나, 

       신의 부족한 재주로 경사직을 계속 맡아 주상을

       욕되게 할 수 없사오니, 이제 물러나겠나이다.

    

       경은 무슨 연고로 뜻밖의 말을 하는 것이오?

       주상께선, 괵공에게 경사직을 맡기려는 마음이

       있으시다는 소문을 들었사옵니다.

 

       그건, 경의 나라에 변고가 생긴 줄 모르고

       잠시 맡기려 한 것이니, 오해할 일이 아니오?

 

정장공이 낙양성 앞에 대규모 정군을 진채까지 세워놓고 말하자, 

주평왕은 위압을 느끼면서 몹시 당황했다.

 

       주상, 왕실의 정사란 주상의 일이 오며

       왕실의 사람을 쓰는 인사도 주상의 일이 옵니다.

 

       더구나 괵공은 주상을 잘 보좌할 수 있는

       재주가 비상하오니 당연할 것입니다.

 

       주상, 좋은 사람을 놔두고 오래 머뭇거린다면

       제후들은 신을 권세나 탐하며, 진퇴를 모르는

       아둔한 자라는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경사직에서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

       봉토로 돌아가, 신하의 도리를 다하겠나이다!

 

주평왕은 해명을 위해 괵공(虢公) 기보(忌父)를 급히 찾았으나, 그는

 이미  구설수를 피하려고, 괵(虢)나라로 되돌아가고 보이지 않았다.

 

주평왕도  그제야 너무 경솔한 말을 했다는 걸 뒤늦게 후회했다.

또한, 자기의 말이 이렇게 빨리 새 나갈 줄은 몰랐으므로,

정장공이 과감하게 들이밀자, 크게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정장공은 그때만 해도 왕실의 주도권을 모두 잡고 있었으며, 더구나

많은 정군을 이끌고 낙양성 앞에 진채까지 세워놓고 있었다.

 

이에 주평왕은 갑자기 신상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으므로, 몸 둘 바를 모르면서 크게 당황하게 되었다.

 

       경의 부자는 우리 왕실에 큰 공을 세웠으며

       50여 년이나 경사로서 서로 마음이 맞았는데

       경이 짐을 의심한다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

 

       그렇게 짐을 믿지 못하겠다면, 태자 호를

       정나라에 인질로 보내면 마음이 풀리겠소?

 

       주상, 신하가 경사를 맡았다가 그만두는 것은

       신하의 도리이 온 데, 어찌 태자를 인질로

       맡을 수 있겠나이까?

 

       그리되면 신이 주상을 강요했다고 하면서

       천하의 사람들에게 힐난을 받게 되옵니다.

 

       그렇지 않소! 경이 치국의 좋은 방략을 갖고

       있으므로, 태자에게 잘 배우고 오라 할 것이오!

 

      짐의 제안을 굳이 물리친다면!

      경은 짐에게 죄 주는 것이나 다름없소?

 

천자가 다음 대를 이을 태자를 제후에게 인질로 보내겠다는, 있을

수 없는 말을 하자, 정청의 신료들은 모두 놀랐으나, 거스를 수도

없었으므로, 궁여지책으로 중재안인 공의(公議)를 내놓게 되었다.

 

       주상께 공의를 말씀드리겠나이다.

       주상께서 인질을 안 보내신다면,

       정백의 의심을 풀 수 없사오니,

       서로 인질을 교환하면 어떠실는지요?

 

늙은 주평왕은 신료들의 말에 오히려 기뻐하면서, 곧 태자 호(狐)를

정나라에 보내기로 했다. 정장공 또한, 세자 홀(忽)을 인질로 왕실에

데리고 옴으로써 사태가 수습되었다.

 

이에 정장공은 사은 숙배하고 경사직을 계속 맡아보게 되면서, 또

왕실의 태자를 인질로 삼을 만큼 강대국의 면모를 보이면서

중원을 압도하는 위명을 떨치고 있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왕과 제후가 동등하게 인질을

교환하는 것은! 군신 간의 예를 무시한 처사라고, 몹시 분개하는

백성과 제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장공은 불한당이 아닌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제후로다!

 

왕실의 태자 호(狐)가 정(鄭)나라에 인질로 간지 1년여가 지나자, 

주평왕(周平王)은 재위 51년 만에 붕어했다,

 

주평왕은 태자 시절, 아버지 주유왕의 방탕한 생활로 쫓겨났다가

견융에게 주유왕이 살해당하면서 즉위하게 되었었다.

 

       호경 성이 불에 타 도저히 복구할 수 없게 되자.

       동쪽인 낙읍에 천도함으로써, 서주와 동주 시대로

       구분하게 만든 불운한 왕이었다.

 

이에 정장공과 주공 흑견은 장례를 주관하면서, 정나라에 인질로

가 있던 태자 호(狐)를 보위에 올리기로 정했다. 이에 주공 흑견이

어가를 가지고, 정나라 신정(新鄭)에 도착하였을 그때였다.

 

그때 태자 호(狐)는 태자 신분으로, 일개 제후국에 인질로 잡혀 있는

일에 몹시 분개하면서 한탄하다가, 이미 깊은 병이 들어있었다.

 

       주공 흑견은 병색이 완연해, 걸음도 잘못 걷는

       태자 호를 겨우 부축해 가며 낙양성에 모시었다.

 

왕실에 당도한 태자 호(狐)는 아버지 주평왕의 관을 보자, 곧바로

엎드리면서 관을 붙들고 대성통곡을 그치지 않으면서 울고 울었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만류해도 소용없었으며, 사흘 밤낮을 관에

엎드려 울다가, 울음소리가 멈춰지며, 주평왕의 장례를 치르기도

전에, 태자 호(狐)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마는 일이 생겼다.

 

       아니, 태자가 세상을 떠나다니요?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주평왕에 이어 태자 호(狐)마저 죽자, 빈청은 때아닌 소란이 일면서

당황하게 되었다. 그때 제후들도 달려왔으며, 주공 흑견이 왕족과

조당에 긴밀히 의논해 원만히 수습하며, 모두 함께 장례를 치렀다.

 

       장례 절차가 모두 수습되면서 왕실이 안정되자,

       세손 임(林)이 보위에 올라 주환왕(周桓王)이 되었다.

 

보위에 오른 주환왕(周桓王)은 부친인 태자 호(狐)가 죽게 된 일은,

정장공(鄭莊公)이 할아버지 주평왕(周平王)에게 맞서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서, 정장공을 몹시 원망하기 시작했다.

 

       주공 흑견 임! 정백이 부친을 인질로 잡았던 일은

       군신 사이가 몹시 불편했던 일이었소!

 

       그러나, 왕과 제후는 동등한 지위가 아니지 않소?

       더구나 제후가 태자를 동등하게 인질로 교환하다니요?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이에 부친이 천수를 누리지 못한 것이오!

       이제 정장공은 과인까지 무시하려 들지 않겠소?

       정장공의 경사직을 그만두게 할 것이오!

 

       이제 짐은 괵공을 경사로 삼을 것이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시오!

 

       주공,  정백은 사람됨이 원래 각박합니다.

       왕실의 은혜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충성으로 순종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오나, 낙읍으로 동천 할 때, 진(晉), 진(秦), 정(鄭)의

       공로가 매우 컸던 바이므로, 주상께서 개원하자마자

       멀리하시면, 정백은 반드시 분노할 것입니다.

 

       과인은 정백의 제어를 받을 수 없소이다!

       짐의 뜻은 이미 확실하게 세운 바이오!

     

주환왕은 주공 흑견을 불러, 깊은 심궁에서 마음을 털어놓고 결심을

굳히고 나자, 정청(政廳)에 신료 모두를 모이게 하고 조례를 열었다.

 

       경사도 왕실의 신하가 되는바, 지금처럼

       경사를 부린다면, 왕실에 큰 욕이 될 것이오?

 

       짐은 반료(班僚)에 허리 굽혀 지낼 수 없소이다!

       경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신, 정백은 경사직을 오래전에 사양했었습니다.

       이제 사직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옵니다.

       신은 오직 왕실의 안녕을 바랄 뿐입니다.

 

주환왕(周桓王)의 등극을 전후해 정장공(鄭莊公)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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