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화. 주우, 기어이 전쟁을 일으키는가.
백성들이 수군댄다니! 무슨 말인가?
주공, 시해 사실을 백성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민심이 흉흉하니, 어찌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주공, 백성에게 겁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자는 말인가?
그 방법만이 민심을 돌릴 수 있습니다.
좋다! 어느 나라를 먼저 치면, 좋겠는가?
정나라를 먼저 쳐야 합니다.
정장공은 망명해 온 공손 활을 잡아 보내라면서
쳐들어왔으며, 그때 위환공이 사죄하는 치욕을
겪었으므로, 정나라에 대한 여론이 몹시 나쁩니다.
정나라는 비록 여론이 나쁘더라도 강국이다.
더구나 제희공과 석문에서 삽혈동맹도 맺었다.
어찌 두 나라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
주공께서는 염려치 않으셔도 되옵니다!
염려 말라니 무슨 말인가?
정장공은 태자를 인질로 삼는 짓을 저질렀으며!
주평왕이 죽은 것도, 태자 호가 세상을 떠난 것도,
모두 정장공에 대한 울분 때문이었습니다!
정장공은 불한당처럼 무례하기 짝이 없는 자입니다.
정장공은 천하의 민심을 이미 잃었으므로,
천하 여론도 모두 우리 주공 편이 될 것입니다.
주공, 정나라와 다른 타성으로, 공작의 작위를
가진 대국 중에 송나라가 있습니다.
왕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송나라를 먼저
끌어들이고, 제후들에게 연합군을 제안하면
틀림없이 호응할 것입니다.
석후(石厚)는 정(鄭) 나라와 같은 희성(姬姓)이라면 침공하는 일에
주저할 수 있으므로, 타성인 송(宋)나라를 앞세우려 하는 의도였다.
제후국 중에 타성으로 강대국의 반열에 드는 나라는 강성(姜姓)의
제(齊)나라와 자성(子姓)의 송(宋)나라와 미성(羋姓)의 초(楚)나라와
영성(嬴姓)의 진(秦)나라가 있다.
또한, 노(魯)나라도 군세가 강합니다.
그리고 진(陳)과 채(蔡)에도 원군을 청하십시오?
송(宋), 노(魯), 진(陳), 채(蔡)와 연합군을 만든다면
정(鄭)나라 정도가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네 나라가 어찌 우리와 연합하려 할 것이며,
어찌 정(鄭)나라를 공격하려 하겠는가?
주공께서는 너무 염려치 않아도 되옵니다!
진(陳)과 채(蔡)는 왕실에 순종하는 나라이므로,
정장공(鄭莊公)의 오만불손한 행동을 내세워
연합하자면, 두말없이 합세할 것입니다.
허허, 그렇다면 송(宋)과 노(魯)는 어찌하겠는가?
그것 역시 두 나라 사정을 알게 된다면
동원이 가능하다고 판단이 될 것입니다.
송선공(宋宣公)은 병이 들자, 세자 여이(與夷)에게 보위를 물려주려
했으나 너무 어렸다. 이에 동생 화(和)의 어진 성품을 믿었으므로,
어린 세자를 부탁하며 동생 화(和)를 송목공(宋穆公)이 되게 했다.
송목공(宋穆公)은 재위 9년 만에 중병이 들어 일어나지 못하게 되자,
대사마(大司馬) 공보(孔父) 가(嘉)를 침상으로 불렀다.
대사마, 선군께서는 세자 여이가 있음에도
동생 되는 과인에게 은덕을 베푸셨소!
이제 여이를 받들어 사직을 주재케 하시오!
주공, 신료들은 아드님 공자 풍(馮)을 받들려고 합니다.
아니 되오! 선군께선 과인을 어질다고 믿으시어
나에게 사직을 주재케 한 것이었소!
나는 어진 선군의 뜻을 저버릴 수 없소!
만약, 과인이 지하에서 선군을 만났을 때
과인은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하겠소?
대사마는 선군의 공덕을 폐기치 말아 주시오!
기원전 720년 8월 경진일에 송목공은 아들 풍(馮)을 정(鄭) 나라로
떠나보내고 죽었다. 이에 대사마 공보 가(嘉)는 송목공의 유언을
받들어, 세자 여이(與夷)를 송상공(宋殤公)이 되게 했다.
주공, 이런 사정으로 보아, 송나라 공자 풍(馮)은
굉장히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망명한 공자 풍이, 정 나라를 앞세워
군위를 빼앗으려 한다고 하면
송상공은 연합군에 가담하게 될 것입니다.
송상공(宋殤公)이 즉위한 날은 불과 서너 달 전이었으므로, 주우가
위환공(衛桓公)을 죽이고, 군위를 찬탈할 때와 비슷한 시기였다.
누가 송상공을 설득하겠는가?
주공, 영익(寧翊)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익(寧翊)은 말주변이 좋고 임기응변에 능합니다.
그를 송나라에 보내면 설득하고 돌아올 것입니다.
좋도다. 어서 영익(寧翊)을 부르라!
송나라에 사자로 보낼 사람이 마땅치 않았는데, 석후가 영익(寧翊)을
추천했다. 영익(寧翊)은 중모(中牟) 사람으로 성은 영(寧)이고, 이름은
익(翊)이다. 중모(中牟)는 하남성 정주시와 개봉시 사이의 중모현이다.
주공, 신이 영익 이온데 어찌 부르셨는지요?
이번 일은 매우 중요하니 어떻게 하던
송상공을 반드시 설득해야 하오.
성공한다면 많은 상금과 높은 벼슬을 주겠소!
미리 통지받은 송상공(宋殤公)은 위(衛)나라 사신으로 수레를 몰고
달려온 영익(寧翊)을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저희 위(衛)나라가 정(鄭)나라를 치고자 하는바
크게 힘이 부족하여 원군을 청하러 왔사옵니다.
왜, 위(衛)나라는 정(鄭)나라를 치려 하는가?
정장공은 패악 무도한 간웅(奸雄) 입니다.
아우인 경숙 단을 반역으로 몰아 죽이고,
어머니를 먼 곳으로 유배시켰으며,
조카인 공손 활 마저 죽이려
우리 위나라까지 침공한 바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선군이신 위환공은 너무 나약해
정장공에 사죄하는 치욕을 치렀습니다.
또한, 정장공은 왕실의 주상을 겁박하여
왕실의 태자 호를 인질로 삼았습니다.
정나라로 말미암아 온 천하가
인륜도 충심도 없는 불행에 빠졌습니다!
허허, 그러나, 공연히 남의 일에 끼어들어
정 나라와 원수가 되고 싶지는 않노라!
군사를 내고 안 내고는 송후 임의 마음이오나
정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잡게 된다면,
가장 먼저 망하는 나라는 송나라가 될 것입니다.
정나라와 우리 송과는 아무런 원한이 없다!
네 목이 달아날 수 있도다! 이간시키지 말라!
저놈을 끌고 나가도록 하라!
잠깐, 주위를 물리시고 마저 말씀을 들어보소서?
좋다, 주변은 다 물러가도록 하라!
송후께선 군위를 누구에게 물려받았나이까?
으흠. 숙부인 목공에게 물려받았노라.
선친이 죽으면 아들이 군위를 계승하는 법인데
송목공의 아들 풍의 마음은 어떠하였겠습니까?
비록 몸은 정나라에 있으나, 한시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공자 풍은 정장공과 교분이 두터운바
정장공은 기회를 보아, 송후를 쫓아내고
공자 풍을 송나라 군위에 올리려 할 것입니다.
공자 풍이 돌아오면 백성들은 그의 부친이신
송목공의 인자한 옛일을 생각하여
모두 풍을 받아들이며 따르려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송후께선 어찌하시렵니까?
어느 나라에 망명이라도 가시렵니까?
흠, 공자 풍이 껄끄럽기는 하도다!
공자 풍을 죽여 근심거리를 없앤다?
으흠, 그대의 말이 옳도다!
좋다! 우리 송나라도 위나라를 돕겠노라.
송상공은 조례에서 정 나라를 치고자 송군을 동원하겠다고 말하자,
대사마 공보가를 비롯한 신료들이 놀라면서 만류하기 시작했다.
주공, 위 나라 사신의 말을 믿어선 아니 됩니다.
비록 정장공이 동생을 죽이긴 했으나,
그것은 동생이 먼저 반역했기 때문입니다.
주우는 아무 잘못도 없는 형 위환공을 죽였습니다.
정장공 보다, 위나라 주우의 죄가 더 크오니
위나라 사신의 말에 따라가선 절대로 아니 됩니다.
공보가는 강직하면서, 군사 업무를 맡고 있어, 위(衛)나라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극구 만류했다. 그러나 송상공은 끝내 말을 듣지
않고, 송군(宋軍)을 동원했다.
송상공을 설득하다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도다!
영익에게 큰 상을 내리니! 조정의 대부가 되어
상 대부 석후를 돕도록 하라!
주우는 송상공을 설득하고 돌아온 영익(寧翊)을 반갑게 맞이해, 큰
상을 내리고 석후(石厚)에게 합세시키면서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진과 채도 연합군에 가담하기로 했습니다.
노나라 사정은 어떠한가?
노나라 군권은 공자 휘(翬)가 전부 잡고 있습니다.
공자 휘(翬)는 뇌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공자 휘(翬)에 많은 뇌물을 주시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노은공(魯隱公)은 위(衛) 나라에서 연합군을 제안하는 사신이 오자,
급하게 대부 중중(衆仲)을 불러 물어보려고 했다.
위나라의 주우가 이길 수 있겠는가?
신은 덕으로 백성을 화합한다는 말은 들었으나
도를 벗어난 일로 화합하는 일은 보지 못했나이다.
주공, 도를 벗어난 일로 백성을 화합시키는 것은
실타래를 풀려다 더욱 엉키게 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주우는 형인 위환공을 시해해 인도에 벗어난
짓을 벌였으며, 자기 백성을 포악하게 부리니,
반드시 죽음의 화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우는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모두가 반대했으나, 공자 휘(翬)는 위(衛)나라에서 보낸 많은 뇌물을
혼자 받아 챙기고는, 노은공의 만류에도 듣지 않으면서, 노군(魯軍)을
동원해 버리자, 마음 약한 노은공은 할 수 없이 따르고 말았다.
주공, 상대부 석후입니다.
주공께서는 더는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우리가 각 제후 군에 군량과 마초를 넉넉히
베푼다고 했으니, 이제 모두 모일 것입니다.
송. 노. 진. 채와 우리 위나라가 합하여,
다섯 나라 연합군이 쳐들어가게 됩니다.
정과 제가 어찌 감당이나 하겠나이까?
주공, 이제 결딴을 내려 연합군을 결성하십시오!
또한, 신 석후가 선봉에 서겠나이다.
주우와 석후는 국내 민심을 돌리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하자마자,
정나라를 침공함으로써, 천하 대란의 서막이 오르게 되었다.
송상공께선 제일 높으신 공작이오니
연합군의 맹주로 추대합시다!
부족한 나를 맹주로 추대해 주어 고맙소.
정나라 침공에 대한 주상의 윤허를 받아내
우리 연합군의 명분을 세우도록 하겠소이다!
송상공은 왕실로 쫓아가 정나라를 토벌해도 좋다는 주환왕의 윤허를
받아왔다. 이로써 연합군의 확실한 명분은 세워지게 되었다.
드디어, 위나라가 연합군과 함께 1,300여 승의 병거를 몰고 오자,
정나라 신정(新鄭) 앞의 벌판은 온통 깃발들로 뒤덮이고 말았다.
정장공은 왕실을 능가하는 야심을 품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5개국의
연합군이 침공하자, 무척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공, 연합군의 병거가 무려 1,300승이나 됩니다.
이는 병거 1승에 75명의 군사가 뒤따르므로
지원부대까지 합하면 10만이 넘는 대군입니다.
주공, 우리 정나라는 병거가 모두 5백 승으로
연합군과 비교하면 너무나 열세합니다.
그렇다! 저 엄청난 연합군이 쳐들어오다니!
우리 정나라가 생긴 이래, 가장 어렵고
위험한 고비에 처하게 되었구나!
저 많은 연합군을 어떻게 격파해야겠는가?
주공, 신 고거미(高渠彌)가 말씀드리겠나이다.
신이 연합군의 중앙을 박살 내면서 지나가면,
전열이 흩뜨려질 것이 분명합니다.
주공, 이 고거미(高渠彌)가 먼저 공격하겠사오니,
그때 우리 정군이 총공격하도록 하십시오.
주공, 공자 여(呂)이옵니다.
우리가 저 많은 연합군과 한목에 싸우기에는
우리 정군의 군세가 너무나 약합니다.
주공, 신 제족(祭足)이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주공. 저들이 함께 쳐들어오긴 했으나
얻으려는 목적은 제각기 나라마다 다르옵니다.
나라마다 목적이 다르다니 무슨 뜻이오?
노. 진. 채는 체면상 가담했을 것입니다.
세 나라는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위나라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왔으며,
송나라는 공자 풍을 죽이려는 것입니다.
저 연합군에서 제일 먼저 송군을 빼내야 합니다!
신 하숙영이 공자 풍과 함께 장갈로 가겠사오니
송상공이 장갈로 따라오게 만드십시오?
송상공은 공자 풍(馮)이 빠져나갔다는 걸 알자, 급하게 송군을 이끌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장갈(長葛)로 가버렸다. 이에 네 나라는 송군이
급한 사정으로 말없이 철수했으므로, 모두 귀국한 줄로만 알았다.
상대부 석후의 정나라 침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우는 송나라가 말없이 떠나버리자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