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화. 모호 깃발로 송군을 제압하는가.
이 깃발은 꿩의 수놈인 장끼 꼬리털로
화려하게 장식한 커다란 독(纛) 깃발이니라!
못된 제후는 활로 쏘아 죽이겠다는 뜻으로!
봉천토죄(奉天討罪)라고 크게 써놓았도다!
모두 모호(蝥弧) 깃발이라고 부르도록 하라!
자, 지금부터 왕사군(王師軍)을 편성하겠도다!
제나라 장수 이중년(夷仲年)은 좌군을 맡아주시오?
노나라 공자 휘(翬)는 우군을 맡아주시오?
정장공은 모호(蝥弧) 깃발을 왕만이 탈 수 있는 노거(輅車)에 꽂고
제후를 토벌할 수 있다는 권리를 상징하는 붉은 활과 붉은 도끼를
얹으면서, 왕사군(王師軍)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드러냈다.
승리하는 장수에겐 점령한 땅을 주겠도다!
어서 빨리 나아가 땅들을 차지하시오!
노나라 공자 휘(翬)가 송(宋)나라 노도성(老挑城)을 맹렬히 공격하자,
처음에 팽팽하던 싸움에서 송군(宋軍)이 밀리기 시작했다.
와 아, 조금만 더 밀어붙여라.!
와 아, 노도(老挑) 성장이 도망가고 있다!
정장공은 노도성을 점령했다는 첫 승전보고를 받자 몹시 기뻐하며,
노거(輅車)를 타고 노군(魯軍) 진지로 찾아가 공자 휘(翬)를 만났다.
정백(鄭伯) 님, 어서 오십시오!
우리 노군이 맹렬히 차지한 노도성입니다.
포로 300명과 노획한 물건들을 받아주십시오!
이렇게 빨리 승전하리라곤 미처 몰랐소?
축하하고자, 여기 소 몇 마리를 가져왔소!
정장공은 공자 휘의 공로를 치하하며, 모두 사흘 동안 쉬게 하고는,
노도성(老挑城)을 거점으로, 두 길로 송나라를 공격도록 명령한다.
정나라 영고숙(穎考叔)과 노나라 공자 휘(翬)는
함께 고성(郜城)을 공격하고, 그 뒤를
공자 여(呂)가 받쳐주도록 하라!
정나라 공손 알(謁)과 제나라 이중년(夷仲年)은
함께 방성(防城)을 공격하고, 고거미(高渠彌)가
그 뒤를 받쳐주도록 하라!
3국 연합군이 공격하자, 송나라 상구성(商丘城)은 벌집을 건드린 듯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더구나 송나라는 정군을 상대하기도 벅찬
판에, 연합군으로 쳐들어오자 더욱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기막힌 것은, 바로 이웃 나라이면서, 평소 교분을 쌓으며
사이좋게 지내던 노(魯) 나라가 가담해, 함께 공격하는 것이었다.
노나라는 우리와 연합해 정나라를 침공했었잖은가?
아무리 도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어찌 우리 송나라를 배신할 수 있더란 말인가?
송상공(宋殤公)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겁에 질렸으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이때 송나라는 재상이며 대사마로 있는
공보가(孔父嘉)가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 송군(宋軍)을 강군으로
만들어놨기에, 상구성(商丘城)을 잘 방어하며, 견뎌내고 있었다.
우리 사직을 보존하느냐? 못하느냐!
아주 중요한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소!
3개국 연합군은 순순히 물러가지 않을 것이오!
연합군을 물리칠 묘책이 무엇이겠소?
주공. 왕사군을 만들라는 어명은 없었습니다.
제와 노나라가 정백의 술수에 속고 있는 것입니다.
하오나 일단. 연합군 세력이 만만치 안 사 오니
우리가 맞서 싸우면 더욱 불리해집니다.
저들이 유리한 형세로 쳐들어오는데
어찌 안 싸우고 물리칠 수 있겠는가?
주공, 정나라를 물리칠 계책이 있나이다!
그렇소? 대사마! 어서 말해보시오?
정장공이 왕명을 빙자해 열국을 불렀으나
참여한 건 제(齊)와 노(魯), 두 나라뿐입니다.
정장공이 주력부대를 이끌고 왔으므로
정나라 신정(新鄭) 성은 텅 비어있을 것입니다.
주공, 채(蔡), 위(衛), 성(郕), 허(許), 4개국은
그동안 우리와 친밀하게 지내왔을 뿐만 아니라
정장공이라면 치를 떠는 나라들입니다.
이 네 나라는 정장공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이는 정장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주공께서는 위(衛)와 채(蔡)를 합세시켜
우리와 함께 신정성을 공략하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신정을 공격하면, 정장공은 기절초풍하며,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정군이 귀국해버리면, 제(齊)와 노(魯)가
뭐 하러 우리와 싸우고 있겠습니까?
주공, 정장공의 주력부대는 매우 강하므로
성 밖으로 나가지 마시고, 방어만을 하십시오!
그 사이에 위(衛)와 채(蔡)를 동원하는 것입니다.
허 어, 옳고도 좋은 판단이오!
그러나 누가 이 위험을 뚫고 나갈 수 있겠소?
신이 반드시 위(衛)와 채(蔡)를 동원하겠습니다!
대사마 공보가는 칠흑 같은 한밤중에 몰래, 병거 200승과 송군 6천
명을 이끌고, 북문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위(衛)나라로 달려갔다.
위후(衛侯) 님! 안녕하셨사옵니까?
제발 우리 송나라를 도와주십시오.
그러잖아도 도우려 했는데, 많은 보화까지
보내주다니, 더욱 돕도록 하겠소!
위선공(衛宣公)은 대부 우재추(右宰醜)를 합세해 주었다. 공보가는
우재추(右宰醜)의 위군과 함께 정나라 형양(營陽) 지역을 습격해,
가옥을 불태우면서 계속 전진해 나갔다.
상경 제족(祭足)임, 큰일 났습니다.
저들이 형양(營陽)에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홀(忽) 세자께선 동요치 마십시오!
신정(新鄭)만 잘 지켜 내면, 저들은 물러갑니다.
저들이 형양(營陽)을 시끄럽게 공격하는 것은
송나라 상구성 공격을 멈추게 하려는 술책입니다.
주공께 연락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연락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 규모로는 우리 신정(新鄭)을 점령치 못합니다.
이 정도 일로 주공께 연락한다면,
오히려 주공께 혼란을 주게 됩니다.
송(宋)과 위(衛)의 기습군은 형양(營陽)을 약탈하고, 계속 진격하다가
이제는 신정(新鄭) 성을 힘차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재추 장수! 정장공이 상구성을 공격하고 있을 때
우리는 신정 성을 함락시켜야 하오!
우재추 장수! 맹렬하게 공격합시다!
공보가 장수, 큰일이오!
우리가 20여 동안이나 공격했는데도,
정나라 제족이 나와 싸우지도 않고
굳게 지키고만 있으니, 어쩌면 좋겠소?
이때 상경 제족(祭足)이 신정 성문을 굳게 닫아건 채 지키고만 있자,
송군과 위군은 계속 공략해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형양과 신정을 공격한 지도 오래되었소이다.
지금쯤이면 정장공도 알고 있을 것 같소?
여기서 꾸물거리다, 정군이 구원하러 오게 되면,
우리는 앞뒤로 공격당하게 되오!
이 정도 했으니 이제 빨리 빠져나갑시다!
좋소. 그렇다면 어느 길로 돌아가야 하겠소?
왔던 길로 돌아가면 정군을 만날 수 있고!
돌아서 빠져나가려면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대(載) 나라의 길을 빌리면 지름길이 될 것이오?
좋은 생각입니다. 빨리 대(載) 나라로 가봅시다!
더는 지체할 수 없게 된 송군과 위군은 대(載) 나라의 지름길을 빌려
빨리 귀국하려고 했다. 그때 대(載) 나라는 침공하는 것으로 의심해
대성(載城)을 닫아걸고, 오히려 욕설을 퍼부으면서 맞서 싸우려 했다.
여보시오! 우리 위군과 송군은
대(載) 나라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오!
지름길을 빌려 빨리 귀국하려는 것이오!
대(載) 나라 길을 좀 빌려주시오?
야. 이놈들아! 그 말을 믿으란 말이냐?
그렇소! 우리는 얌전히 지나만 갈 것이오!
에끼. 이놈들아! 그렇다면 형양(營陽)에서부터,
왜 약탈만 일삼으며 여기까지 왔느냐?
이놈들아! 써 억. 물러가거라!
물러가지 않으면 우리가 공격할 것이다!
송나라 대사마 공보가(孔父嘉)와 위나라 대부 우재추(右宰醜)는,
대(載) 나라에 몹시 무시당하고 나자,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저 작은 대성은 반나절이면 점령할 수 있소!
아예 점령해 버립시다?
그래요, 빨리 점령해! 빨리 귀국합시다.
아니! 대 나라 군사들이 악착같구먼!
저 작은 나라에 웬 군사가 저리도 많소?
군사마다 일당백을 하고 있다니 알 수가 없구려.
대(戴) 나라 백성과 군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심지어 어린애든
부녀자든, 모두가 죽기 살기로 싸우려 달려들자, 대 나라뿐 아니라,
위군과 송군에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사상자가 너무 많이 생기고 있소!
어떻게 해야! 빨리 돌아갈 수 있겠소?
늦었지만 할 수 없소이다!
어서 채 나라에 구원군을 독촉합시다!
대 나라는 성도 작고 백성도 적어
채군(蔡軍)만 합세하면, 단숨에 점령할 수 있소!
대(戴) 나라는 대성(載城)도 작고 백성도 적었지만! 하왕조(夏王朝)
때 생긴 제후국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으므로, 결속력만큼은
대단히 뛰어났다.
이때가 정장공(鄭莊公) 재위 31년이며,
주환왕(周桓王) 7년으로 기원전 713년이었다.